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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편지]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대하여 본문

일상

[편지]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대하여

달빛사랑 2009. 1. 10. 15:39

 

1.
바람만 분다면, 바뀐 계절의 산뜻한 거리 위로 바람만 불어준다면, 이곳의 풍경은 무척 아름다울 것이오.

하늘은 티없이 맑고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결심을 막 끝내고 난 뒤의 결연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소.

무엇을 결심하고 무엇을 떨쳐버렸는지 굳이 묻지 않기로 했소. 
한 계절이 저물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즈음, 그들의 결심은, 나이테로 머물든, 낙엽으로 떨어지든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므로.......
  
2.
가장 성실한 모습으로 새처럼, 바람처럼 흘러간다면, 흘러가면서 성숙해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된다면 좋겠소.

실어증을 앓고 있는 동료들의 말문이 터져준다면, 터져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선동가의 목청을 들려줄 수 있다면, 좋겠소. 
살아남았다는 것은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인데, 전향과 고백의 전단들이 어지럽게 날리는 이곳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딛고서 해야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소. 살아남았다는 것이 요즘처럼 버거웠던 적은 없었소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실천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오.

가끔은 초라한 생존을 질타하는 당당한 죽음들의 아우성에 가위 눌리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을 鎭魂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몫 아니겠소?

 

 3. 
요즈음엔 모든 것이 너무도 분명하고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소.

시효가 다 되어 소멸해 가는 것과 다시 소생하는 것, 폐기해야 할 것과 보존되어야 하는 것,

함께해야 할 사람들과 단호한 결별을 준비해야할 사람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딛고 일어서야 할 슬픔과

살아남은 자들의 긍극의 아름다움들이 너무도 분명하게 변별되고 있소.

우리는 개척자요. 위대한 전위. 변별의 현장 그 어디쯤엔가 당신과 나의 사랑도 존재할 것이오.

구체적 현장(현실)을 벗어난 그 어떤 사랑도 나는 믿을 수가 없소. 패배의 순간이든 승리의 순간이든

당대의 살아남은 자들의 구체적 몸부림 속에 우리들도 있어야 하오. 진정 당신과 내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라면 말이오.
하지만 나는 외롭소.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밑도끝도 없이 다가와 나를 쓸쓸하게 만드는 이 외로움이 나는 싫소.

 

4.
미친 바람이 횝쓸던 여울목마다에 새겨놓은 우리들 비장한 신념의 문장들이 춤을 추고 있소.

갑자기 낯설어진 이 시대 속에서 새롭게 불러야 할 나의 노래를 찾기 위해 힘겹고도 진지한 노력을 계속하오만... 그러나,

나는, 지금, 무척, 쓸쓸하오, 무척...... 

-그대를 사랑하는 '달빛, 그리고 사랑'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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