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그해 겨울 (music - 이선희, '조각배') 본문
기다리는 눈은 좀처럼 오질 않았다
나의 방은 언제나처럼 춥고
어디론가 불시에 사라졌던 동료들은
종소리 속에서 다시 돌아와
새로운 싸움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거리엔 익숙한 가수의 목소리로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이 울려퍼지고
길을 가던 사람들은 발 끝으로 땅을 팅기며
나즈막이 노래를 따라불렀다
저무는 한해의 비감한 심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몇몇 일들에 대한
기억조차 지워버리고
부쩍 많아진 술판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들의 이마 위에
너무도 쉽게 건배를 했다
부딪치는 술잔과 젓가락 장단 속에서
한 해의 여울목들이 낮게 낮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그들의 명쾌한 화해와
소심함과 사랑과 평화와
모든 흘러갈 것들 위에 건배하기 위하여
건배하며 잊고 싶은 것들을 잊기 위하여
쉽게 취하고 쉽게 잠이 들었다
스산하여라 무뎌진 자의식 위로
살아있음의 깃발을 꽂기 위해선
또 얼마나 강한 충격이 필요할 건가
언제나처럼 일사불란하게
다시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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