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아이들은 내용도 중요하지만...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양과 상식을 채워주고 동시에 '읽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몇 권의 책을 소개하마.
(뭐...사실 내 나름의 취향도 어 정도 반영되었음을 먼저 밝혀둔다.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날림'으로 출판해 낸 책도 아닌, 교양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책들이라고나 할까... )
이제 하나하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이면서 단순한 소설이 아닌)류]
1. 한승원, '추사1-2권', 열림원

천재 예술가로, 화려하지만 비운했던 정치가로 조선 말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추사 김정희의 우뚝한 삶과 예술을 곡진한 언어로 그렸다.
<해산 가는 길>,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남해 바닷가 고향의 토착어를 구사하며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 한승원이, 추사의 삶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작가 한승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오만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천재로 미움을 받아
말년을 유배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세간의 해석과는 달리, 김정희는 조선 말기 왕권이 무너져버린 혼란스럽고 광기 어렸던 시대의 희생자라는 것. 한승원의 <추사>는 추사 말년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삼절(三絶)을 이룬 천재 예술가로서의 추사,
북학파의 선구자로서의 추사, 세도정치와 당당히 맞선 지순지고한 정치가로서의 추사, 양자와 서얼 자식을 둔 한스런 아비로서의 추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2. 김 훈, '남한산성', 학고재
김훈의 소설은 마력이 있다. 다소 현학적인 문체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산문인 소설에서 시적 문체의 구사를 이토록 세련되게 해낸 소설가는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김훈 소설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단다...^^

"소설가 김훈이 <현의 노래>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 1636년 병자년 겨울. 청나라 10여만 대군이 남한산성을 에워싸고, 조선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다.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럽혀질 것인가.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는 척화파와 삶의 영원성은 치욕을 덮어서 위로해줄 것이라는 주화파.
그들은 47일 동안 칼날보다 서슬 푸르게 맞선다. 역사에 오르지 않은 등장인물은 더욱 흥미롭다. 보기 드문 리얼리스트인 대장장이 서날쇠, 김상헌의 칼에 쓰러진 송파나루의 뱃사공,
적진을 뚫고 안개처럼 산성에 스며든 어린 계집 나루 등은 소설 <남한산성>의 상징을 톺아보는 존재들이다.
그리하여 병자년 겨울과 이듬해 봄, 조선 사직 앞에 갈 수 없는 길과 가야할 길이 포개진다. 작가 김훈은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전제한다.
아울러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그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하지만 그가 되살린 인물들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 위에 소설적 상상력으로 살점이 붙어, 생생한 얼굴로 되살아난다."
3. 최인호, '유림1-6권', 열림원
다소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인데....하지만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게 되지 않는 책이다.
유교의 뿌리를 이처럼 재미있으면서도 역동적으로 형상화 낸 책은 없을 거야. 원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교 사상가들의 개인적 삶의 모습을(사상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확인하는 즐거움이 쏠쏠할 거다. 강추!

2천5백 년 유교의 역사를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 최인호가 유교의 역사와 유교가 찬란히 꽃피운 인문과 문화,
시대가 낳은 동양의 대사상가들을 특유의 대담하고 거침없는 문장으로 되살려 놓았다.
유교의 기원인 공자에서부터 유교의 완성자인 퇴계, 유가 사상을 잇는 제자백가들의 행적과 사상이 시공을 초월해 펼쳐진다.
작가는 공자, 노자, 맹자, 안자, 장자, 주자, 묵자, 순자, 왕양명, 조광조, 퇴계, 율곡 등 동양 교양과
고전의 원형인 대사상가들의 드라마틱한 조우를 보여준다. 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소크라테스와 예수, 붓다의 이야기도 곁들여
성인의 출생이 지닌 시대적 필연성을 되짚었다. 1부 1권 '왕도(王道), 하늘에 이르는 길'은 공자의 정명주의를 바탕으로 왕도 국가를 세우고자 했던 조광조의 이상과 실패를 그린다.
1부 2권 '주유열국(周遊列國), 사람에 이르는 길'은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의 행적과 일화, 사상을 중심으로 사람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를 들려준다.
1부 3권 '군자유종(君子有終), 군자에 이르는 길'에서는 공자의 학문과 사상을 계승, 발전시키며 성리학을 완성한 퇴계의 철학자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1부 3권이 유가의 전반기 원시림이라면, 2부는 유림의 울창한 숲이라고 할 수 있다.
4권은 유가의 계승자들이었던 맹자를 중심으로 순자, 묵자, 양자 등 백화제방(百花齊放)을 다루며,
5권은 스물세 살의 젊은 나이로 퇴계를 찾아가 단 사흘 동안이지만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깊은 영향을 받은 거유 이율곡의 생애를 그린다. 6권에서는 퇴계사상의 골수인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형성과 발전과정, 그리고 불과 6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경전을 편찬하고
유교의 진리를 선언한 지성 공자의 생애를, 공자의 고향 곡부를 통해 되살렸다.
4. 진옥섭, '노름마치1-2권', 생각의 나무
이 땅의 예인들, 그 처절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예술혼들을 만나게 될 거야....
이 책을 보면서 여러번 울었다. 알지? 나 눈물 많은 거...^^ 가족과 생활은 그들을 버렸지만
예술을 통해서 행복을 느낀 이 땅의 예인들...경외감이 느껴지더군. 강추!
'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했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이 세월과 함께 잊혀져간 노름마치들을 찾아나섰다.
우리 시대의 예인으로 자신을 우뚝 세웠으나, 세월과 함께 잊혀져가던 이들을 찾아 무대에 세우고, 그 찰나를 사진 한 컷 처럼 복기해 책으로 엮었다.
내용은 총 6장으로 나눴다. 예기(藝妓), 남무(男舞), 득음(得音), 유랑(流浪), 강신(降神), 풍류(風流)로 구성된 각 장은
개론적 이야기인 서설과 노름마치 세 사람의 삶과 예술로 구성했다. 전통예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름보다 낯선 이름이 더 많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멋이 꽉찬 노름마치들이다. 책에 소개된 예인들의 평균 나이는 여든에 이른다.
현장에서조차 사라진 공연을 다시 불러들일 때 누구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에 나설 수 없는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올라서면 다시없는 장면을 선보였다.
책에는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을 마중가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그 '켜켜이 묵힌 것'의 깊이와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7. 아리아나 플랭클린,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웅진지식하우스
아델리아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 마지막 부분의 통쾌한 반전....!
배경은 미신적 종교관이 지배하는 중세, 주인공은 여자 검시의 아델리아. 잔인하게 살해된 네 명의 아이,
그리고 죽은 자의 비밀을 밝혀내는 특별한 능력의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추리소설이다.
영국의 역사소설가 아리아나 프랭클린의 2007년 작으로, <장미의 이름>과 'CSI'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중세 케임브리지에서 아이의 시체 네 구가 발견된다. 시민들은 유대인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유대인들은 광기에 사로잡힌 폭도들을 피해 헨리 2세의 보호를 받는다.
아이들의 시체는 작은 성인으로 추대되고, 그 누구도 진짜 범인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때 은밀하게 이곳으로 보내진 죽음에 정통한 대가가 있다.
살레르노 대학의 젊은 천재, 해부학과 수사술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
낙후된 암흑의 중세 잉글랜드에 발을 들여 놓은 그의 이름은 닥터 배수비아 아델리아 라헬 오르테즈 아길라. 그는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이다
8. 이정명, '바람의 화원', 밀리언 하우스
<뿌리 깊은 나무>로 '한국형 팩션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바 있는 작가 이정명의 2007년도 작품.
최근에는 문근영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지.
시대를 풍미한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삶과 예술을 그린, 예술소설이면서
그들의 풍속화처럼 조선의 뒷골목을 그대로 드러내는 생생한 풍속소설이다.
전작에 비해 한층 견고해진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신윤복이 여성이었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가 있단다..
9. 음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모종의 임무를 띄고 14세기 중세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잠입한 영국의 수도사 윌리엄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
봉건제의 어둠 속에서 근대정신이 희미하게 비춰지던 14세기의 철학, 풍습, 문화, 건축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근대의 산물인 합리적 추리를 전개해 나간다. <장미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 생활에 대한 가장 훌륭한 입문서로도 알려져 있다.
개정판인 이 작품은 그것이 누린 유례 없는 상업적 성공은 별도로 하고라도 프랑스의 메디치 상, 이탈리아의 스토레가 상 같은
권위 있는 문학상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에코의 이 책은 수많은 책들이 집약된 결정체라고 볼 수 있으며,
주변 지식이 많은 독자일수록 이 책이 암시하고 있는 책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가 있다. 영국의 수도사 바스커빌의 윌리엄이,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도착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도착과 더불어 수도원에서는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수도원장으로부터 사건 해결을 의뢰받은 윌리엄은 그의 시자 아드소와 함께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살인은 <요한의 묵시록>의 예언에 따라 진행되고, 윌리엄은 마지막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살인을 막을 수 없다.
사건은, 수도사들의 출입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미궁의 장서관>의 숨은 지배자인 맹인 호르헤 수도사의 흉계가 밝혀지면서 끝맺음된다.
서양 중세 문화사를 소설 형식, 그것도 추리소설 형식으로 서술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건 정말 고전이다.
1. 고미숙,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그린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새롭게 풀어낸 책으로,
지은이는 연암 박지원의 사유를 들뢰즈의 사유를 심도 깊게 또한 경쾌하게 중첩시켜 간다.
1장은 연암의 생애를 그의 기질과 세계관에 초점을 두고 다루며,
2장은 <열하일기>를 문제적 텍스트로 지목했던 정조의 문체반정의 배경과 의미를 다룬다. 3장부터 5장이 바로 <열하일기>를 '리라이팅'하는 대목이다. 3장에선 연암이 왕성한 호기심으로 바라본 광경을 재구성하며
4장에선 연암의 특기인 유머와 패러독스를, 5장에선 연암의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부록에선 연암의 일정을 지도로 간략하게 보여주며, <열하일기>의 등장인물을 코믹하게 소개하는 '캐리커처'를 싣고 있다.
또한 <열하일기>와 함께 읽어야 할 책도 함께 밝혀놓았다.
이책을 읽으면 아마도 박지원의 매력에 흠뻑 빠질 거야...^^
2. 고종석, '말들의 풍경', 개마고원
「한국일보」객원 논설위원인 고종석이 2006년 3월 부터 2007년 2월까지 연재한 「말들의 풍경」에 실린 글들을 모아놓은 연재글 모음집.
1996에 출간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부터 시작된 지은이의 언어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 아래 있으며, 넓은 의미의 비평 텍스트들도 들어있다. 지루한 주제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그것도 구체적 실례를 중심으로 서술해 놓은 책이기 때문에 논술시험을 위해서도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3. 로버트루트빈스타인, 미셀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새'..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에코의 서재(22.000원)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버지니아 울프, 제인 구달, 스트라빈스키, 마사 그레이엄 등
역사 속에서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이 과학, 수학, 의학, 문학, 미술, 무용 등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사용한 13가지 발상법을 생각의 단계별로 정리한 책.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손꼽히는 천재들이 자신의 창작 경험을 통해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며
또한 생각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들의 발상법을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등
13단계로 나누어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직관과 상상력을 갈고 닦아 창조성을 발휘하는 방법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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