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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 (4-25-금, 맑음) 본문

일상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 (4-25-금, 맑음)

달빛사랑 2025. 4. 25. 23:20

 

자신을 사랑하는 일만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까.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일수록 자신을 망가뜨리기 쉽다. 그 너그러움이 불의를 용인하고, 자기 몫이 아닌 것을 탐하게 하며, 나중에는 그 모든 잘못을 합리화하게 한다.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면 자신에게 가장 엄격해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래서 무척 진부한 말이다. 그걸 누가 모르나.

 

옛 성인들도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며 ‘신독(愼獨)’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대개 타인이 보는 앞에서는 품격과 예의, 도리와 삼감의 모습을 갖추려고 쉽게 노력한다. 그건 최소한의 당위로 시작해 입소문을 거치고 평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선자들에게는 위장된 품행이 카멜레온의 변색만큼이나 수월하다. 또 수월한 만큼 위험하다. 위선은 또 다른 위선을 확대 재생산하며 걷잡을 수 없는 거짓의 소돔과 고모라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자 있을 때 행동거지를 헤아려 살피는 ‘신독’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 어려운 만큼 중요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보통의 도덕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별하는 최소한의 능력이 있다. 그래서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가장 먼저 자신이 안다. 옳은 일을 하면 뿌듯하고 그른 일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뿌듯함과 불편함을 변별하는 마음의 작용, 우리는 그것을 양심이라고 한다. 양심이 말리는데도 그른 일을 한다면, 그건 양심의 힘보다 욕망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그릇된’ 욕망은 몸과 마음 모두를 망가뜨리는 셈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은 마지막 순간, 자신을 십자가에 매단 뭇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주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기도했다. 어쩌면 그 ‘뭇사람’들의 한 명처럼 사는 게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왜곡된 확신범들은 적어도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죄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양심, 즉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마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저 욕망이 시키는 대로, 그 어떤 죄의식과 양심의 작동 없는 마음 상태로, 맘 편하게 사는 삶을 과연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삶은 도대체 본능대로 살아가는 금수의 삶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하여 이제는 비로소 알겠다. 즉, 나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남긴 인간의 본성인 양심과 위선, 절제와 욕망에 관한 다채로운 연구와 그 학문적 성과들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일천한 고민과 생각만으로도 나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말할 수 있겠다. 모든 악행은 대체로 욕망에서 비롯되므로 그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 엄격해지기, 타인에게 보이는 내 모습보다는 나 자신이 보는 내 모습에 당당해지기, 다시 말해 철저한 신독을 생활화하기가 바로 나를 깊고 넓고 길게 사랑하는 일이다. 일단 작은 것,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한 가지씩!

 

그간 내가 나를 사랑했던 방식은 건강한 욕망과 그릇된 탐욕을 구분하지 않은 채 그저 욕망 혹은 탐욕의 성취를 삶의 목표로 두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릇된 걸 알면서도 ‘나만 그런 건 아니잖아’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위선과 위악을 넘나들며 위장된 내 이미지를 타인에게 강요했다. 눈 밝은 이들에겐 비웃음거리였을 것이고 내 위장술에 속은 이들에게는 만들어진 품위를 보여왔다. 하지만 앞서 말했지만, 나의 위선과 망가진 양심의 비명은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먼저 알았고, 명료하게 들었다. 그걸 부정할 텐가? 그러니 이제는 온전히 나를 사랑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이제는 알잖아. 나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 그 쉽고도 어려운 일을 지금부터 해보려고 해. 벌써 마음이 두근거리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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