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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2월은 당신의 전화로 시작합니다 (2-1-토, 맑음) 본문

일상

2월은 당신의 전화로 시작합니다 (2-1-토, 맑음)

달빛사랑 2025. 2. 1. 22:19

 

오늘 ‘칠통마당’에서 진행하는 ‘우현 고유섭 탄생 1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지를 기상했을 때부터 고민했다. 교육감이 참석하기도 하고, (그래서 어제 축사를 써 보냈다) 오랜만에 지인들도 보고 싶었으며 무엇보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순례단 회원인 Y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가지 않았다. 요즘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일이 부담스럽다. 점점 폐쇄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성향을 극복하려면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 텐데, 그게 너무 힘들고 불편해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보좌관이라는 사회적 신분과 내향적인 자연인 사이의 갈등은 늘 아슬아슬하다.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월이다. 시간이 이렇듯 빨리 흘러가는 걸 체감하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다만 여전히 찬 바람 부는 영하의 날씨겠지만 그래도 낼모레가 절기상 입춘이다. 내가 좋아하는 봄이 가까워지고 있는 걸로 위안 삼는다. 이렇듯 무미건조하게 흐르는 시간은 못마땅하지만.

 

이제 연휴도 얼추 끝물이다. 다시 숨 가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솔직히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아침을 먹고 식탁에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문득 주방의 조명이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쿠팡에서 60와트 십자형 형광등을 주문했다. 오, 놀라워라! 오전에 주문했는데, 저녁 8시 전에 도착했다. 누군가의 혹독한 노동의 대가겠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은 정말 놀랍다. 저녁 운동 마치고 형광등을 교체했다. 눈이 시원하고 마음마저 개운해졌다. 하지만 밝아진 빛 때문에 보이지 않던 먼지와 가스레인지 위의 기름때가 눈에 들어왔다. 밝아서 더 부지런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밝은 빛을 2월을 시작하는 기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식사 준비하고 있을 때 Y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길 가며 걸고 있는지 주변의 소음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Y는 대뜸 “선배님 오늘 왜 안 오셨어요? 교육감님이 오셔서 축사해 주신다길래 당연히 선배님도 오실 줄 알았는데 안 보여서 아쉬웠어요”라며 정말 아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치레로 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Y의 목소리에서 담긴 아쉬움이 나는 고마웠다. 나는 “교육감이 가는 자리에 내가 항상 동행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감(監)이 참석 못 하는 자리에 내가 가지”라는, 지나치게 사무적인 대답을 했다. 말하는 순간에도 속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늘 당황하면 말이 엇나가곤 한다.

 

Y는 순례단 활동과 교육청 사업을 연계하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오늘 있었던 행사 과련 PDF 파일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사실 나는 그 파일을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내 예상대로 Y는 오늘 행사에 참석했다. 요즘 자주 Y의 연락을 받는다. 직장을 그만둔 후 Y도 마음이 허전하겠지. 아니면 내가 보고 싶기 때문일까? 2월은 Y의 전화로 기분 좋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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