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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설 연휴 마지막 날, 후배들과 낮술 (1-30-목, 흐림) 본문

일상

설 연휴 마지막 날, 후배들과 낮술 (1-30-목, 흐림)

달빛사랑 2025. 1. 30. 21:18

 

오전 10시 반쯤에 다인아트 윤 대표가 전화해 "선생님, 시간 있어요? 괜찮으시면 점심이나 같이 먹지요" 했다. 그 '점심이나'가 사실 '술 한잔하지요'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사실 수일 전, 은준 부친 발인일 이후 술을 마시지 않아 약간 술도 고팠다. 윤 대표에게 혁재에게도 연락해 보라고 부탁한 후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20분쯤 후 집 앞에 도착한 그녀의 차를 타고 만석동 혁재의 작업실로 가서 그를 픽업했다. 차로 이동하며 우리는 일단 휴일에도 열었을 만한 식당을 떠올리다가 내 제안으로 신기시장 단골 포장마차인 '이쁜네'로 방향을 정했다. 혁재가 오늘은 본가에 들어가 엄마를 챙겨야 한다고 해서 그의 집과 가까운 '이쁜네'를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12시 전이었고, 불이 꺼져 있어 문을 열지 않은 걸로 생각했다. "아직 안 열었네" 하며 가까이 다가가 유리문에 머리를 대고 안을 살펴보니 저 안쪽에서 이미 몇 사람의 손님이 의자에 앉아서 대화 중이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문을 잠근 채 막 장사를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주인은 우릴 보고 반갑게 웃으며 "오늘은 오후 늦게 나오려고 했는데, 저 양반들이 빨리 나오라고 전화를 해서...... 오늘은 일찍들 오셨네. 새해 복 많이들 받으셔" 하며 별실로 이동해 문을 열고 난로를 켜주었다. 미경이는 차를 안정적인 곳에 주차하고 오겠다면 나갔고, 혁재도 꽈리고추를 사 오겠다며 시장 보러 가서 나는 한동안 썰렁한 식당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병어조림과 고등어를 안주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조금 얼근해진 상태로 오후 3시쯤 일행과 헤어졌다. 혁재는 일단 집으로 갔다가 저녁에는 간석동 '카페 산'에 간다고 했다. 사장이 함께 저녁 먹자고 한 모양이었다. 나보고도 오라고 했으나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었다. 3시 40분쯤 집에 도착해 한 시간 픽 쓰러져 잤다. 잠자는 사이 은준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깐 잠을 잤더니 컨디션이 좋아졌다. 그래도 집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은준에게 소주와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고 부탁해 집에서 술 마셨다. 안주는 내가  끓여놓은 소고기뭇국과 은준이 사 온 아이스크림, 그리고  바나나와 호두 등이었다. 근처에 사는 장명규 선배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다. 소주 한 병씩을 마시고 은준에게 습작노트와 한국작가회의 다이어리를 새해 선물로 준 후 돌려보냈다. 은준이 돌아간 후 새 아이스크림을 개봉해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다가 일기를 쓴다.

 

낮부터 시작한 술이라서 그런지 취기가 다른 날보다 다소 무겁다. 그래도 명절이라고 불러주고 찾아주는 후배들이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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