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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잘 가요, 형! (7-25-목, 가끔 천둥과 비) 본문

일상

잘 가요, 형! (7-25-목, 가끔 천둥과 비)

달빛사랑 2024. 7. 25. 21:32

 

6시 30분, 작은누나와 택시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밤샘한 조카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었다. 7시에는 만수중앙감리교회 상조회가 빈소에 도착, 담임목사 주재하에 발인예배를 올렸다. 전자피아노 소리에 맞춰 교인들이 부르는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찬송가 소리가 빈소 안에 공명을 만들었다. 7시 30분, 영구차와  유해를 실을 리무진이 도착했다. 여섯 명의 조카 친구들이 관을 리무진으로 운구했다. 운전사는 그 순간 영정과 관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고, 유족들은 큰소리로 오열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목사님이 기도했고, 유족들은 모두 차에 올랐다. 

 

8시 조금 넘어 승화원에 도착한 영구차 안에서 젊은 목사는 '화장 예배'를 집전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승화원 앞 주차장에는 유족을 싣고 온 영구차와 리무진으로 북새통이었다. 차에서 내린 유족들은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화장장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후, 순서에 따라 매형의 관을 실은 리무진이 도착했고, 다시 조카의 친구들은 관을 화장장 안으로 운구했고, 화로 번호를 확인한 가족들은 대기실로 이동했다. 8번 화로가 열리고 매형의 관이 화로 안으로 들어갔다. 제복을 입은 직원은 버튼을 눌러 화로를 닫은 후, 관망실 너머 가족들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화로의 문이 닫히는 순간, 가족들은 또다시 오열했다. 8시 43분에 시작된 화장은 10시 40분쯤에야 끝이 났다. 스피커에서 "8번 화장이 끝났습니다. 유족들은 수골실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대기실에 앉아 있던 가족들은 우르르 수골실 앞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한 줌 가루가 된 71년의 삶은 조카가 들고 있는 유골함에 담겼다. 조카 화경이 눈물을 훔쳤다. 

 

오늘 매형은 납골당(부스)에 들어가지 않았다. 장례지도사의 말에 의하면, 납골당 내 부스 배정은 화장이 접수된 순서대로 이루어지는데, 오늘 아침 화장을 접수하며 배정받은 납골당 부스의 위치는 너무 높아 키가 작은 큰누나의 경우, 사다리가 필요할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상주인 민규는 더 좋은 부스를 선택하기 위해 내일 2시에 다시 접수하려는 것이었다. 모든 가족이 그러한 선택에 찬성했다. 그래서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유족들은 영구차 앞에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자기 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은 먼저 떠나고 다시 장례식장까지 가야하는 사람들은 영구차에 올랐다. 민규를 비롯해서 화경이와 내 동생 등 가족들의 차가 장례식장 주차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11시 40분,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각자 자기차를 타고 헤어졌다. 민규 부부와 화경이 부부는 엄마를 모시고 만수 3지구 엄마(큰누나)네로 이동했고 나와 동생 가족들, 작은누나는 각자 자기 집으로 갔다. 

 

12시 30분쯤 집에 도착해서 입었던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오래오래 샤워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지 않고 헤어진 탓에 허기가 느껴져 '너구리면' 2개를 끓여먹었다. 큰 슬픔의 와중에도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들이는 몸의 본능이 무서우면서도 우스웠다. 마치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건 내가 음식을 거부하는 큰누나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밥을 먹고 컴퓨터를 켠 후 유튜브를 통해 뉴스와 세상 소식을 확인했다. 3시쯤 되자 졸음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왔다. 에어컨을 켜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깨어보니 7시였다. 혼곤한 잠이었고, 오랜만에 자보는 꿀잠이었다. 불면과 질 낮은 수면만 반복하던 내가 가족 중 한 명과 영별하고 나서야 꿀잠을 자다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일어났다. 

 

월요일 저녁에 끓여놓았던 된장찌개로 저녁을 먹고, 운동하고 샤워했더니, 낮에 4시간이나 잤는데도 졸음이 밀려온다. 9시 조금 넘은, 나로서는 초저녁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지금 잠들면 아마도 내일 새벽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잘 수 있을 것 같다. 

 

매형, 나는 이제 잘게요.

가끔 엄마와 함께 이곳에 들러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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