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흐르는 겨울의 날들 (12-08-목, 맑음) 본문
오늘은 원래 인천문화재단 비전 선포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간밤의 숙취 때문에 가지 못했다. 일부러 몇 번이나 참석 종용 전화를 건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전날의 음주로 인해 이튿날 일정이 차질을 빚은 건 오랜만이다. 나쁜 조짐이다. 간 김에 친구의 미술 전시회도 들러볼 생각이었는데,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게 생겼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기회였는데, 아쉽다.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는 겨울의 시간, 천연덕스럽게 흘러가는 이 시간 속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소식들은 속속 도착한다. 진보 교육감 중에서도 열정과 경륜 면에서 여러 사람의 존경을 받아온 울산광역시 교육감 노옥희 씨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하늘에 들었다. 오늘 역시 오전에 평상시처럼 업무를 소화하다가 쓰러졌다고 하는데,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엊그제 인천 문화예술운동의 대선배인 정성렬 선배도 그렇고 아까운 분들이 너무 빨리 하늘에 들고 있다. 문밖이 바로 저승이란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날 때도 없는 것 같다.
후배 이설야 시인이 나의 삶과 내 시집을 소개하는 글을 경인일보에 게재했다며 연락해 왔다. 그녀가 보내준 링크를 클릭해 기사를 읽었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듯한 글이어서 깜짝 놀랐다. 선배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는 글이기도 해서 고마웠다. 문득 글 속에 소개된 젊은 날의 추억 때문에 잠시 고즈넉한 상념에 젖기도 했다. 세월이 물처럼 흘렀다. 나에게도 그렇게 격정적인 청년 시절이 있었다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늙었다는 말일 것이다.
뭔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숙제처럼 안고 있는 듯한 부담감이 나를 짓누르는 하루하루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많아진 일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뭔가 내가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자꾸만 든다. 지인들의 빛나는 성취를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잘 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는 것은 뭔가 내 삶의 어떤 부분에 옹이가 있다는 것이겠지. 치열하지만, 여유롭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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