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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대설, 본의 아니게 음주 그랜드슬램 (12-07-수, 맑음) 본문

일상

대설, 본의 아니게 음주 그랜드슬램 (12-07-수, 맑음)

달빛사랑 2022. 12. 7. 21:47

 

이른 새벽 자객처럼 은밀히 찾아온 눈은 신산한 세월 속 자신의 비기마저 잃어버린 걸까, 뭇 마음들 위로 내려앉지 못한 채 허공에서 서너 차례 춤추다 물러갔다. 그래도 제날을 잊지 않고 어김없이 찾아와 성긴 눈발이나마 기어이 풀어놓고 서둘러 떠나버린 마음이라니, 세월이 모질어 이렇듯 사소한 신의에도 눈물 난다. 머지않아 거센 기세로 온 하늘 온 들판을 하얗게 물들일 눈발들의 장엄한 칼춤을 그려보며 모진 세월을 견딘다. 오늘은 대설(大雪).

 

 

저녁에는 갈매기에 들렀고, S를 만났으며, 혁재가 합류했다. 그저께 동화마을에서 만났을 때 S는 뉴 페이스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귀가했는데,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무조건 자신이 실수했다며 말을 아끼기에 더는 캐묻지 않았다. 술에 취하면 말을 까칠하게 하는 습관이 있는데, 말투와 관련된 실수라면 나중에 사과하거나 그의 진심을 알게 되면 풀릴 일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종류'의 실수라면 입이 열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나는 S를 믿는다. S는 그렇게 개념 없는 친구는 아니니라고 믿고 있다. 갈매기에 들러 술을 마시다가 S가 불러 인천집에 갔다가 혁재가 합류한 후 다시 갈매기에 와서 술을 마셨으니 이 무슨 '원점 회귀' 음주도 아니고..... 혁재는 종우 형과 할 얘기가 있다면 갈매기에 남았고, S와 나는 둘이서 비틀스에 들러 음악을 듣다 귀가했다. 그곳에서 젊은 남자와 함께 들어온 경희 누나를 만났다. 갈매기에서 막걸리, 인천집에서 소주, 다시 갈매기로 돌아와 막걸리, 비틀스에 들러 맥주를 마셨으니, 오늘은 음주에 있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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