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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우영우'의 직업은 왜 변호사여야만 했을까? 본문

리뷰

'우영우'의 직업은 왜 변호사여야만 했을까?

달빛사랑 2022. 7. 7. 00:28

 
어제에 이어 오늘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울고 웃었다. 며칠 전에 쓴 글에서도 밝혔듯이 이 드라마는 현실 고발 드라마가 절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객관적인 태도로 접근하려 한 노력이 많이 읽히었지만) 시선, 다시 말해 다소 주관적인 애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점에서 난  이 드라마를 판타지물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물은 분명 양면성을 갖는다.  판타지는 현실의 그악스러운 실상을 외면하게 하는 당의정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잃어버린 꿈을 회복, 환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국 낭만주의 시들처럼 이상과 동경의 세계를 형상화함으로써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상상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기능은 희망이 고갈된 닫힌 사회 안에서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현실의 문제를 드러냄과 동시에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극적 장치를 통해 펼쳐보임으로써 잊고 있던 세상의 부조리와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존재들의 문제를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결코 직접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문제를 새로운 측면에서 제기하는 것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우영우의 직업은 변호사이어야만 했을까. 그것은 나름의 필연성을 갖고 있다. 우영우와 같은 서번트 증후군 환자는 보통사람보다 대단히 뛰어난 암기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우영우에게 있어 법전을 달달 외워야만 하는 변호사와 같은 직업군은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출하는 데 있어 얼마나 효과적인 직업군일 것인가. 또한 드라마는 시청자를 유인하는 극적인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할 때 검사와 변호사 간의 치열한 논쟁과 증거 싸움,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를 통한 반전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법정 만큼 드라마틱한 공간적 배경도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작가가 우영우의 직업을 변호사로 설정한 것은 효율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쉽게 말해서 적어도 법 조항이라는 명문화된 원칙과 행한 만큼만 벌을 주는 법정(체계)은 장애인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방벽이기도 하다. 법정을 떠난 현실 속에서는 놀림과 따돌림, 편견과 차별이라는, 한도를 넘지 않는 한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공격들이 무차별적으로 가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우영우의 직업을,  사회적으로 쉽게 무시할 수 없으면서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법)을 통해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보호해 줄 수 있는 변호사로 설정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앞으로 전개되는 내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드라마는 결코 우울한 모드로 진행되진 않을 거라 확신한다. 작가의 따뜻한(주관적인) 시선은 우영우를 좌절과 실망의 늪에 빠지게 가만 놔두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건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우리 사회에 전하는 절실한 메시지이자 자신이 희구하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실천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일련의 실천과정에 시청자들도 동참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작가는 우영우의 등을 세상 밖으로 자꾸만 떠밀고 있는 것이다. '자, 당신들의 또하나의 얼굴인 우영우가 세상과의 싸움에 당당히 나서고 있다. 어쩌겠는가. 저리 아름다운 영혼의 싸움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든 팔을 잡아주든 진실한 마음으로 연대할 것인가'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면서 말이다. 

늦은 밤 소나기 내린다. 솩솩 소리가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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