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후배에게 책을 받다 (05-18-목, 흐리고 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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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이 최근 출간한 시론집 『문명의 바깥으로』(창비, 2023)를 소개합니다. ‘시론집’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독자의 관심과 생각의 지형에 따라서 이 책은 시 이야기를 펼쳐놓은 시론(詩論)이기도 하고, 세상과 사물에 관한 ‘나희덕의 생각’을 담은 시론(時論)이기도 하며, 시를 매개로 시인들이 만든 세계의 비밀을 밝혀 보려 시도한 시론(試論)이기도 할 겁니다. 무엇보다 시인이 쓴 비평적 에세이들이라서 시에 관심이 많은 분은 물론이고 시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정갈하고 차분한 언어로 풀어놓은 나희덕 시인의 시와 시인들, 자신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읽는 즐거움은 물론 감동과 깨달음의 즐거움을 아울러 얻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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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나의 기억과도 일정하게 겹치는,
흑백사진 속 한 장면 같은 다음과 같은 문장들…….
“보리수 그늘을 생각하며ㅣ대학시절 내가 자주 앉아 있던 도서관 4층 참고열람실 벽에는 윤동주의 연희전문 시절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 사진 바로 앞자리에서 가만히 숨을 고르며 책을 읽고 시를 쓰고 단잠을 자기도 했다. 윤동주의 온화한 표정과 서늘한 눈빛 아래 앉아 있으면 마치 따뜻한 햇볕을 쬐는 것처럼 맑은 기운이 내 속으로 흘러드는 것 같았다. 도서관 열람실까지 경찰이 난입해 최루탄을 쏘아대던 황량한 시절, 그래도 시에 대한 갈망이 내 안에서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가 베풀어준 정신적 온기 덕분이었을 것이다. 1980년대를 보내는 동안 윤동주는 내게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가던 ‘성문 앞 보리수’ 같은 존재였다.”▮나희덕, 『문명의 바깥으로』 259쪽, ‘윤동주라는 시의 거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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