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그를 추억하며 본문
오늘 밤, 그는 지상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것이다. 생전 그에게 많은 신세를 졌음에도 그의 죽음을 형식적으로 애도할 뿐, 자신들의 일에 분주한 많은 이들은 오늘도 안녕한 모습으로 술잔을 기울이겠지. 사람 좋은 그는 지인들이 보이는 염량세태에 상처받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합석한 후 슬며시 잔을 내밀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청을 나올 때 빗방울이 떨어졌다. 장례식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상가 앞에 버려진 비닐우산을 주워들었다. 대만 약간 휘었을 뿐 캐노피와 살에는 이상이 없었다. 살 끝부분 플라스틱 커버 두어 개가 벗겨져 있어서 다시 끼웠다. 걸어가면서 우 선배에게 전화했다. 빈소는 안 가고 조의금만 보냈다는 그의 말투에서 약간의 취기가 느껴졌다. 엄마 생신이라 일찍 조문을 마친 혁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나이 든 분들만 많더라고요. 엄마 생신이라 집에 들어가야 해서 형 못 기다리고 먼저 가요.”하는 혁재에게 “그래, 엄마와 좋은 시간 보내라.”라고 말해주고 멍한 마음으로 걷다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길 위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와의 마지막 통화가 기억이 나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와 처음 만났던 20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오늘 밤 그가 살던 동네의 병원 빈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면 그는 내 엄마가 잠들어 있는 부평 공원에서 영면하게 될 것이다. 가끔 엄마를 만나게 되면 나 대신 안부를 물어주면 좋겠다.
마음이 헛헛하여 그냥 귀가할 수가 없었다. 술 한 잔 하려고 갈매기까지 걸어갔다.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로 술집은 북적였다. 낯익은 얼굴들도 많았다. 후배 한오가 친구를 데리고 와 나와 함께 술을 마셨다. 동암에서 술 마시다 내가 갈매기에 있다고 하니 일부러 들른 것이다. 임 모 교장과 교육청 장학관도 보였다. 나중에는 인천in의 김 모 기자와 후배가 나타났고 뒤늦게 그의 조문을 마친 우재 형과 광석이도 들렀다. 그를 아는 모두는 아마도 비슷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빈소에서도 갈매기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모두 그와 영별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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