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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10월 6일 수요일, 지하철 詩 심사 본문

일상

10월 6일 수요일, 지하철 詩 심사

달빛사랑 2021. 10. 6. 00:52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날도 서늘해, 우산을 챙겨들고 수봉 문화회관 언덕길을 오르는데도 땀이 나질 않았다. 여느 때였다면 땀으로 온몸이 젖었을 것이다. 4층 문협 사무실에 도착하니 김윤식 형과 김영승 형, 두 분이 먼저 와 있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문 모 교수는 약속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선배들도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심사는 안 하고 한담만 종일 했다. 그렇게 20여 분 까르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심사 방법을 논의하고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시민 공모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문협 회원들이 대거 선정됐다. 나를 제외한 심사위원 모두가 문협 회원이어서 그랬겠지만, 알게 모르게 문협 회원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행을 담당하느라 배석한 문협 관계자는 1차 심의에서 탈락한 몇몇 회원의 시를 다시 살펴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 작품은 심사위원 모두가 살펴본 후 최종 가부를 판단했다. 심사위원들의 시적 취향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위원들이 만장일치가 나오기는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문학성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구제(?)' 절차는 필요했다. 나는 나대로 내가 받은 작품에서 20편을 골랐다. 15행을 넘거나 인천을 소재로 하지 않은 시는 처음부터 심사에서 배제했다. 시다운 시는 10여 편에 불과했지만, 20여 편을 골라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품 수를 채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보다는 시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각 심사위원들이 20편씩 선정한 총 80편의 시가 인천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에 게재될 것이다. 심사를 끝나자마자 윤식이 형은 일이 있어 먼저 가시고,  나머지 사람들만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었다. 영승이 형이 식당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중국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안 보는 사이, 건강은 다소 좋아진 듯했다. 말수는 여전히 많으셔서 시종일관 대화를 주도하며 끊임없이 말했다. 나는 눈이 마주치면 웃(어 주)다가 가끔 혼자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우고 내려왔다. 회관을 내려올 때는 비가 그쳤다. 사무실에 갈까 생각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귀형 형의 발인이 있는 날인데, 아침부터 비가 와서 마음에 걸렸다. 잘 가셨으려나. 잘 가셨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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