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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늦은밤 비 내리니 기분이 참 좋다 본문

일상

늦은밤 비 내리니 기분이 참 좋다

달빛사랑 2021. 4. 27. 00:13

 

분 좋게 장을 봤다. 이음 카드 포인트가 제법 쌓여서 장 본 물건값을 계산하고도 잔액이 남았다. 공짜로 장을 본 느낌이었다. 집에 오니 며칠 전 주문한 5단 행거가 배달되어 있었다. 점심도 거른 채 한 시간 가량 조립해 완성했다. 조밀하게 걸려 있던 옷들이 넉넉한 공간에서 비로소 숨 쉬었다. 보기 좋았다. 엄마의 방은 옷방이 되었다. 내 방의 옷들이 하나둘씩 엄마 방에 걸렸다. 내 방 공간이 넉넉해졌다. 죽어서도 엄마는 나의 짐을 대신 품어주고 있다. 늘 자신을 덜어내 자식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운명이라니……. 엄마라는 운명은 얼마나 안쓰러운가. 옷장 정리를 마치고 콩국수를 먹었다. 얼마 전 누나가 검은콩을 갈아서 국물을 만들어주었다. 곱게 갈아지진 않아서 알갱이가 씹혔으나 비린내는 없었다. 국물은 웬만한 국숫집보다 구수했으나 면이 콩국 전용의 쫄깃한 면이 아니고 일반적인 국수 소면이라서 식감은 아쉬웠다. 그리고 낮잠 잤다. 두 시간이 넘게 혼곤한 잠을 잤다. 깨어 일어나니 어두컴컴했다. 저녁에는 토스트를 먹었다. 장 봐온 만두를 삶아 먹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일기를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비 내린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의 다급한 발소리로, 후드득 비 쏟아진다. 늦은 밤이지만 내리는 빗물에 놀라 거리에 쌓인 먼지들이 분주히 흩어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쏴~!” 소리를 내며 맹렬하게, 소나기처럼 밤비 내린다. 갑자기 마음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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