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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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달빛사랑 2021. 1. 4. 07:39

 

6시,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뉴스를 듣는다. 지난밤에도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다양한 해프닝들은 계속되었다. 집합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70여 명의 젊은이들이 지하 클럽에 모여 춤을 추다가 단속에 걸렸다. 이 클럽의 경우는 SNS를 이용하여 비밀리에 손님을 모았고 입구에는 망보는 사람까지 배치했다고 한다. 클럽의 사장은 20대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갈 곳 없는 청춘들의 답답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확실히 감염병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기성세대와는 다른 모양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게 청춘의 특징이겠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종까지 청춘의 자유로 허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염치 없는 기성세대에게 이타와 희생, 양보와 배려심을 배우지 못한 젊은이들은 그저 무모함을 제도에 대한 도전이나 만끽해야 할 자유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여권대표가 촉발한 박근혜, 이명박 사면 논란은 일단 여권 내 반발 때문에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3년 전 겨울, 거리에서 진행한 촛불 투쟁의 성과를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사고하는 여당 정치인들의 파렴치에 당시 투쟁에 참가했던 많은 시민들은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국민은 작금의 사태를 보려고 겨울 광장의 맹추위를 견디며 촛불을 피워 올렸던 게 아니다. 대표의 발언을 수습하고자 발표한 여권 내부의 의견은 "일단 반성이 먼저다"라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그들의 반성하면 구체적 범죄 행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석방시키겠다는 말인가? 그럼 이 땅의 대다수의 범죄자들도 함께 석방해야 한다. 그들도 재판정에서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으니 말이다. 이럴려고 저들에게 180석이 넘는 의석을 만들어준 건 아닌데, 저들은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힘'을 얻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권 초기, 기존의 틀을 깬 듯한 소탈한 대통령의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을 믿었다. 여전히 일말의 믿음은 있다. 그들이 반성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 아니라 내 판단의 오류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 때문이지만, 아직 루비콘강을 건너지는 않았다. 강의 초입에서 최후통첩을 보내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파렴치한 정권은 많이 봤지만, 이처럼 자신의 힘을 사장하거나 엉뚱한 곳에 주먹질을 하고 있는, 무능한 정권은 본 적이 없다. 7시 40분, 출근해야겠다.


흔히 '소녀의 기도'로 알려진 이 그림. 소녀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림 속 인물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소년 사무엘입니다. 원작은 18세기 영국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가 1782년에 그린 ‘기도하는 어린 사무엘’이라고 합니다. 이발소나 택시 등에서 많이 봤던, 그야말로 추억 돋는 그림이지요. (이 그림이 친숙하다면 아마도 40~50대 이상일 겁니다) 이 촌스러운 모작(模作) 속 문구가 요즘처럼 절실한 적이 없네요. 여러분 모두,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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