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서늘한 마음 본문
오늘도 종일 한낮의 기온은 영하의 날씨였다. 엄마는 죽을 한 번 드셨을 뿐 여전히 까라져 계셨고, 나는 걱정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저 유튜브만 시청하다가 오후에는 잠만 잤다.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엄마를 놔두고 혼자 밥 먹기가 민망해서 나도 엄마와 더불어 굶었다. “코로나나 끝나면 데려가시지…… 왜 이렇게 전신이 아픈지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실 때는 마음마저 아득해졌다. 여러 가지 징후를 고려할 때 엄마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아흔을 넘긴 순간부터는 늘 실전을 앞에 둔 병사처럼 조마조마하며 살았다. 다만 죽음의 방식이 엄마가 늘 기도해왔듯 주무시듯 하나님 곁으로 가기를 소망해왔을 뿐. 아흔을 넘기고 몇 차례의 고비를 맞아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오뚜기처럼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이번에도 이 고비를 넘겨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럴 거라 믿는다. 그 믿음의 근거는 저녁나절, "근처 병원에 가서 영양주사 한 대 맞았으면 좋겠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구체적인 요구를 하셨다는 점이다. 노인의 엄살이든, 큰그림이든 자신의 요구를 명확하게 해온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나 역시 영양주사 한 대를 놔드릴 생각이었다. 노인들은 플래시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주사 한 대는 실제 성분이 가져다주는 효과 외에도 정서적 만족감을 비롯한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다. 단순히 주사 한 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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