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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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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파는 여전하고

달빛사랑 2021. 1. 2. 12:52

 

일주일째 아침저녁으로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노인과 함께 사는 까닭에 가스비를 생각하지 않고 보일러를 돌리고 있다. 사람마다 거창한 삶의 이유가 따로 있어 돈을 버는 이유는 가지각색이겠지만,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게 살고 싶은 건 범인의 상정이란 생각이다. 우화 속의 개미가 한여름에 그토록 열심히 일한 것도 결국 한겨울의 추위와 배고픔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절약도 좋지만 쓸 때는 쓰는 게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유한 사람들이야 난방비 걱정 없이 사계절 내내 반 팔, 반바지 차림으로 실내생활을 하고 여름에도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며 살아가겠지만, 서민들은 여름과 겨울 두어 달 동안만 나름의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내 작업 조건을 위해서라도 나는 이 호사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겨울철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나를 맞아주는 따뜻한 온기가 없다면 나는 무척 서글퍼졌을 것이다. 이것을 ‘호사’라고 여기는 이유는 겨울 추위 앞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가스비와 전기세를 내지 못해 가스와 전기 공급이 끊어진 채 겨울을 나는 사람도 있고, 더러는 보일러를 켤 수는 있지만, 워낙 가난하다 보니 돈을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 하나와 두꺼운 담요로 겨울을 견디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나는 얼마나 호사인가.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일이다.

 

엄마의 컨디션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움직일 때마다 “끙”하는 신음을 하곤 하는데, 엄마의 신음을 듣는 마음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얼마 전 넘어지면서 입은 타박상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하고 오래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소화도 안 되고, 소화가 안 되니 음식을 자유롭게 섭취하지도 못한다. 기력이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안마를 해드리고 죽을 쑤어 드리긴 하지만, 죽조차 제대로 드시질 못한다. 음식을 입에 넣으면 죽조차 돌을 씹는 것처럼 맛이 없고 목으로 넘길 수가 없다는 것인데, 노인들이 음식을 몸에 들이지 못하게 되면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의지가 워낙 강하신 분이라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긴 하지만, 날이 풀리면 병원에 모시고 가서 진단을 한 번 받아볼 생각이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교회도 가고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도 하면서 나름의 스트레스를 풀었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매일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것도 엄마의 컨디션을 엉망으로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참으로 길고 모진 겨울이 아닐 수 없다. 오래된 교목처럼 단단하셨던 분이 세월 앞에서 마른 삭정이처럼 약해진 모습을 보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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