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겨울의 유순한 얼굴이 나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본문
올 겨울은 무척 유순하군요. 물론 겨울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뒤통수를 치듯 가공할 혹한과 폭설이 찾아들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큰 추위도 많은 눈도 없는 비교적 평온한 겨울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각각의 계절은 고유의 성정대로 흘러가는 것이 생명과 만물에 좋은 법이겠지요. 겨울은 겨울답고 여름은 여름다워야 천지만물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법이라는 말이지요. 물론 계절뿐이겠습니까. 사람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다 있어야 할 곳에만 있고, 취해야 할 것만 취하고, 본성을 잃지 않으면서 제 분수와 깜냥을 넘어서는 일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부터인가 겨울답지 않은 겨울과 지나치게 폭주하는 여름, 경계를 힘겹게 넘자마자 맥없이 사라지고 마는 봄가을이 반복되고 있어요. 자연스런 흐름이 깨져버린 계절의 몽니 속에서 사람들의 성정도 자꾸만 거칠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국내외 정치는 염치를 잃어 재미없고, 파렴치한 정치꾼들과 더불어 사는 삶에 무심한 자본의 천연덕스러운 욕망 속에서 지구촌의 자연은 속절없이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벌써 몇 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호주의 산불은 대재앙에 대한 경고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런데도 경고에는 아랑곳 않고 서슴없이 상대의 심장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폭탄을 날리는 저 태연한 도발과 한결같은 적의(敵意)는 도대체 무엇인지요. 도대체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요.
따뜻한 겨울의 저 유순해 보이는 얼굴이 자꾸만 음험해 보이는 주말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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