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그저그런 토요일 본문
간만에 많은 장을 봤다. 김치, 쌀값을 포함해서 12만 원을 지출했는데 혼자 들고 올 수 없을 만큼 수북한 양이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6만 원짜리 쌀 20킬로가 있기 때문일 텐데, 그러고 보면 술값은 가성비가 형편없는 지출이다. 보통 주당 두어 명이 술을 마시면 갈매기에서는 술값이 최소한 5~6만 원이 나오는데(안주 1~2개, 막걸리 5~7병) 그 돈이면 쌀 한 가마를 사거나 라면은 두어 박스, 두부는 50모, 오이나 가지는 5~60개, 호박은 40개, 냉면 육수는 90여 팩, 간장은 중간 사이즈 15개, 카놀라유 역시 15개, 중간 크기 계란 18판 등 혼자서 들고 오기 어려운 양의 부식을 살 수 있다. 장 보고 올 때마다 술과 담배가 허무한 지출의 원흉이란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수십 년째 나는 그것들과 동거 중이다.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재즈페스티벌이 있다고 연락을 받았지만
가지 않았다. 입술 주변이 모두 헐기도 했고
혼자 거기까지 가기도 귀찮았다.
오늘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빨간색 마이너스 표시가 많이 보였다.
그래도 수입 지출을 타산해본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파산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공포 영화 세 편을 보았다.
낮에 봐서 그런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공포영화 공식에 의하면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인형 따위는 절대 집에 들여서는 안 되고
종교 하나쯤은 믿을 일이며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지나친 호기심도 삼가야 한다.
그것은 저주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많은 '화'가 내 안에 있었는데..... (0) | 2019.08.20 |
---|---|
갈매기 월요 멤버 완전체로 조우하다 (0) | 2019.08.19 |
어제의 용사들 다시 뭉쳤다 (0) | 2019.08.16 |
끝나지 않은 임무 (0) | 2019.08.15 |
고작 이렇게 미봉(彌縫)하다니, 실망스러운 걸... (0) | 2019.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