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하루종일 교정을 보다 본문
아침 10시에 다인아트에서 자서전 편집진과 클라이언트 사이의 미팅이 있었다. 애초에 계약했던 분량인 500페이지를 어떻게 채울까를 고민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텍스트에 사진을 얹으니 500페이지는 충분히 나올 것 같다. 이 회장은 일정이 오버된 것에 대해 매우 서운해 하고 있는 듯한 눈치였는데, 나는 고 모 작가가 중간에 못하겠다고 손을 떼는 바람에 대신 합류한 사람이라서 별로 그 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다만 류 작가가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질 않아 처음부터 다시 교정을 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그분은 맡은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써야 할 만큼 바쁘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종종 한다. 이를테면 내가 애써 교정을 본 원고 대신 그 이전 버전의 원고에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얹어 출판사에 보냄으로써 같은 일을 두 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인의 실수인지 류 선배의 실수인지 처음에는 아리송했는데, 다인 입장에서는 류 선배로부터 원고를 받아 작업을 했을 테니 실수는 류 선배 쪽에서 한 것이 분명하다.
다인에서 나와 중앙 설렁탕에서 점심을 함께 먹은 후, 구월동 류 선배의 사무실에 들러 교정을 보기 시작했는데, 사진 캡션까지 교정을 봐야 해서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다. 1시쯤 시작한 작업이 끝났을 때는 8시가 넘었다. 눈이 침침해질 정도로 활자를 들여다봤더니 피곤함이 급속하게 밀려왔다. 작업이 끝날 때쯤 혁재로부터 전화가 와서 정말 애절하게 사무실로 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막걸리나 한 잔 하고 헤어지려고 갈매기에 들렀더니 홀과 각 방마다 송년회로 만원이었다. 근처 정웅이가 하는 통닭집에 들러 술을 마시고 9시 반쯤 갈매기에 들렀더니 그 때는 제법 손님이 빠져 있었다. 형수가 가오리찜을 공짜로 주셔서 막걸리 두 병을 마시고 돌아왔다. 아,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대의 삶이란 (0) | 2018.12.12 |
---|---|
애완견과 장난감에 대한 오마주 (0) | 2018.12.11 |
이까짓 한파쯤이야 우습지 (0) | 2018.12.09 |
시립극단 정기공연 <잔다리 건너 제물포> 관람하다 (0) | 2018.12.08 |
후배 시인의 시집을 받다-나희덕, <파일명 서정시>(창비) (0) | 2018.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