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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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잔설이 풀풀 날리고... 오 주여 우리를 벌하소서

달빛사랑 2017. 12. 20. 23:30

서로 다른 욕망들이 피를 튀기며 부딪친다. 오전까지 쾌청했던 하늘은 오후가 되면서 풀풀 잔설을 뿌려댔다. 나는 약간 쓸쓸해졌다. 첨탑 농성으로 땅을 밟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오늘도 허공에서 식사를 하고 도시의 고양이들은 점점 야위어 갈 때, 함량미달 정치인들의 구린 입에서는 좀처럼 참기 힘든 악취가 쏟아지고, 가엾은 국민들은 제 스스로 안녕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나날들이다. 나라 밖에서는 신에게 선택받았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유대의 병사들이 기관총과 장갑차로 백주대낮에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하고, 파렴치한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그들을 향해 박수와 무기를 보내주고 있다. 온 나라, 온 세상이 소돔과 고모라다. 지구상의 모든 종()들 중에 인간이란 종만큼 잔인하고 탐욕스런 종이 있을까. , 주여! 우리를 벌하소서.

 

남동구청에 들러 문화예술진흥기금 정산 서류를 제출하고 일찍 귀가했다. 어머니는 거실에서 다소곳하게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언제나처럼 환한 웃음,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 저녁을 먹고 어머님이 가져다놓으신 연시를 숟가락으로 파먹었다. 평생 동안 나는 어머니의 속살을 홍시를 파먹듯 먹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밀린 빨래를 해서 거실에 널어놓고 방으로 들어와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아빠는 나의 여신’. 모두 일본 영화였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느낌이 괜찮은 영화들이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두 여성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성장영화였는데, 뻔한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스토리로 흐르지 않고, 서너 번의 반전과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로 몰입도를 극대화 시킨 영화였다. 주연을 맡은 주동우라는 여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가녀린 몸매에도 부룩하고 그녀가 나올 때마다 스크린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아빠는 나의 여신은 트랜스젠더를 아빠로 둔 소녀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인데 다소 황당한 설정과 우리와는 다른 웃음 코드들이 거슬리긴 했지만 오해와 반목을 극복하고 한 가족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다뤘다.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보면 될 것이다. 특히 트랜스젠더 역을 한 남자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소수자로 살아가는 곤혹스러움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매 한가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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