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불면'을 위한 변명 본문
기욤 뮈소의 장편 소설 '그 후에'를 읽으며 뒤척이는 밤,
잠은 이미 내 몫이 아닌 게 되어 버렸고,
창문 틈으로 함부로 들어와 말을 건네는 밤바람의
치근덕거림이 정겹게 느껴진다. 가을이라 가을밤이다.
날 밝으면 부딪쳐야 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적어도 어둠과 고요가 만들어내는 고적한 밤 시간은
애오라지 나의 시간이다. 적어도 자신의 정서의 꼴과 부합하는
특정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청년 시절부터 익숙한, 어둠 저편의 은밀한 유혹과
고즈넉한 새벽의 익숙한 평화... 이것들은 온전히 내 몫의 시간이다.
날이 밝으면 결국 초라하게 드러날 내 먼지 낀 일상과
주름진 얼굴, 흐린 안경이지만... 적어도 그것들은
신비와 상상과 꿈과 희망이 버무려진 이 시간 속에서는
빛나는 사물이고, 아름다운 도반(道伴)들인 것이다.
밤, 그리고 새벽이 아니라면 달은 그저 하나의 차가운 사물일 뿐
'달빛'이 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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