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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기도문이야 언제나 똑같은 내용이지요.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할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 이외에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은 마음 속에서 모든 순간들과 모든 존재들을 하나로 합쳐주는 것입니다. -장 그르니에, <섬>, '고양이 물루' 중에서 ..
오래전 읽은 책을 다시 펼치다, 문득.... 일찍이 논리실증주의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저서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철학은 결국 답이 나오지 않는, 즉 잘못된 수학문제와 같다. 답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어제, 술자리에서 고참 세대는 말했다. 철필(문건 작성을 위해, 등사용 기름종이에 사용하던 필기도구)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요즈음 친구들은 너무 가벼워" 이빨 빠진 호랑이들의 쓸쓸한 건배.... 컴퓨터 워드프로세서 세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무엇이 우리와, 우리의 학문, 우리의 문학을 아직까..
며칠 전 초등학생 조카가 문방구에서 구입했다며 봉숭아꽃물(가루)을 가지고 우리집을 방문했다. 그때 나는 손가락 하나하나 봉숭아꽃물을 얹어 놓고 랲으로 꼭꼭 싸매 준 뒤 기다리라고 절대 손대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야만 손톱마다 살포시 예쁜 꽃들이 필 거라고 답답해하는 조카의 작은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
모두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철쭉이 피던 5월 어느 봄날 상기된 얼굴로 '변혁'을 얘기하던 친구들 여전히 모교의 교정은 꽃들이 지천인데 이루지 못한 꿈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그때의 벗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아마도 어려운 시절을 헤쳐 온 사람만이 자신있게 지을 수 있는 표정들을 하고 부도덕..
[상략]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얼핏 들으면 한국의 전통가요(trot)와 일본의 엔카(演歌)가 비슷한 장르의 음악같이 들리겠지만, 사실 두 음악은 그 유래와 사용하는 음계 등이 차이가 나는, 확실히 다른 음악이라고 한다.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한국전통가요가 일본 엔카의 아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각각의 음악에 대한 무지..
자화상 ---家系 소힘줄 같은 고집과 힘줄의 탄력만큼이나 질긴역마살이 내력이었지일찍 바람이 되어밑으로 흐르는 법을 배운 아비와허기만큼의 높이로 자꾸몸을 숙이는 들풀 같은 자식들未來가 던지는 몇 마디의 농담에도발끈 불안하여 세월의 멱살을 잡는눈물겨운 공격성, 그러나가진 것 없어서 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