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빨래들도 행복했을 거야 (5-25-일, 쾌청!) 본문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꼭 긴 겨울 끝에 만난 봄햇살 같았다. 산에도 가고 싶고, 공원에도 가고 싶고, 아니면 동네라도 한 바퀴 돌다 오고 싶었다. 하지만 외출 대신 집 안 청소하고 겨우내 덮었던 이불을 비롯한 침구들을 세탁했다. 세탁 마친 빨래들은 늘 실내 건조대에 널어 왔는데, 오늘은 부피 큰 이부자리여서 테라스의 빨랫줄에 내다 널었다. 볕이 얼마나 좋은지 탈수된 이불과 담요는 두어 시간 만에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볕이 암만 좋아도 미세먼지 많은 날에는 빨래를 밖에 널지 못한다. 오늘은 미세먼지 없어서 빨래하기는 물론이고 산책과 등산하기에도 좋은 날이었다.
오후 두 시쯤 바싹 마른 이불과 침대보, 담요를 걷고, 실내 건조 중이던 빨래들 중 바지와 수건들도 밖에 내다 걸었다. 바람은 선선하게 적당히 불고, 햇볕은 기분 좋게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늘 같은 초여름 날씨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늘 날씨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정치 뉴스와 트럼프의 허튼짓 소식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하루였다.
오후에는 작은누나가 순대와 카레 재료들을 사들고 왔다. 작은누나는 나이 칠십이지만 아직도 직장에 다닌다. 큰누나와 달리 무척 활동적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작은누나 덕분에 나는 제철 음식과 각종 영양제, 과일과 부식 등을 떨어지지 않게 얻어먹고 있다. 큰누나와는 성격부터 삶의 방식까지 달라도 너무 달라 자주 부딪치는데, 다투는 건 그때뿐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큰누나를 챙기는 것도 작은누나다. 그래서 큰누나도 작은누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저녁에는 과식했다.
점심에 채소와 토마토, 달걀 하나만 먹어서 배고픈 탓도 있었지만,
저녁 메뉴가 내가 좋아하는 순대다 보니 ‘남기면 안 돼’라고
자기 합리화하며 많이 먹은 것이다. 운동을 다른 때보다 30분 정도 더 하긴 했지만,
이건 아니다. 엄마처럼 소식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하, 그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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