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또 손톱주위염이라니! (4-7-월, 맑음) 본문
오랜만에 날이 참 좋았다. 전형적인 봄날씨였다. 청사 주변의 백목련들이 큼지막한 꽃송이를 마구 내밀고 있었고, 시청 앞 화단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손가락 염증 치료받으러 병원 가는 길, 지난주보다 더욱 파릇해진 꽃나무 새순들을 보면서 이제 꽃샘도 더는 없고 먼지도 없는, 그런 봄날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일 년 중 며칠 안 되는 봄마저 잃고 싶지 않다.
의사는 내 손가락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아직 절제할 단계는 아니라며 약(항생제) 처방만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종일 통증에 시달렸다. 일단 약을 먹고 내일까지 견뎌보겠지만, 암만해도 그냥 수술받고 나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전문가가 알아서 판단했겠지만, 왠지 모르게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만약 진짜로 내일부터 증상이 완화되면 난 그 의사를 명의라고 추앙할 용의가 있다.
그나저나 왜 나는 불과 6개월 사이에 손톱주위염을 두 번씩이나 앓아야 했던 걸까를 곰곰 생각해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 손톱을 너무 자주, 그리고 짧게 깎은 탓인 것 같다. 나는 타자를 많이 치다 보니 손톱을 늘 짧게 자른다. 긴 손톱이 키보드에 부딪혀 타자를 방해하는 것이 무척 불쾌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손톱을 반달 모양으로 깎기 때문에 더욱 상처 날 가능성이 높다. 손톱을 일자로 깎는 게 가장 안전하다. 아무튼 아마도 이 과정에서 오염된 손톱깎이 칼날이 피부에 깊이 박히거나 상처를 내며 염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둘째는 손톱 거스름을 힘으로 떼어내는 게 원인일 수 있다. 그때마다 마치 뿌리가 뽑히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는 것, 지난번 손톱주위염으로 고생해 본 후 반드시 손톱깎이로 잘라내려고 노력하지만 무의식 중에 그냥 잡아 뜯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 상처 부위에 세균이 침입해 염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게 무척 짜증스럽다. 이번에도 거스름을 잘못 뜯어내 생긴 염증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그렇게 뜯어내고 통증을 느꼈다. 겁이 나서 곧바로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지만, 결국.....)
세 번째 원인은 아마도 높아진 혈당수치 때문인 것 같다. 혈당수치가 높아지면서 당뇨 전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몸의 저항력(면역력)도 그만큼 약해지다 보니 작은 상처에도 쉽사리 염증이 생기는 것 같다. 앞선 두 가지는 심각한 원인이 아니다. 손톱 관리 습관을 고치거나 바꾸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번째가 원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왜냐하면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습관부터 운동 습관, 수면 습관, 음주 습관 등 생활 전반을 뒤바꾸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 세 번째가 앞선 두 경우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아무튼 세상에 공짜는 없는 모양이다. 잃어버릴 뻔했던 봄은 되찾았지만, 결국 손톱주위염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하지만 봄을 되찾았으니 이깟 고통쯤은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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