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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빈소를 다녀오다 (1-26-일, 맑음)

달빛사랑 2025. 1. 26. 20:16

 

아침 운동하다가 부고를 받았다. 조각가이자 화가인 친구 박충의의 모친 부고였다. 모바일 부고장을 받았을 때, 성모병원 장례식장이라고 해서 부평구 동수역 근처에 있는 인천성모병원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서구 심곡동에 있는 가톨릭 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이었다. 거리가 만만찮았으나 다행히 인천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구청역에서 내려 10분쯤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심곡동은 친한 선배가 근무하던 인천연구원이 있는 곳이라서 선배를 만나거나 세미나를 위해서 자주 갔었고, 특히 오래전에는 동창인 명애가 그곳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어서 친구들과도 자주 갔던 동네다.


11시 15분에 만수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서구청에 도착했더니 11시 50분이었다. 30분 조금 더 걸린 셈이다. 역에서 나와 이정표를 따라 5분쯤 걷다 보니 상가 건물 너머로 국제성모병원 본관이 눈에 들어왔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횡단보도 건너 오른쪽으로 30미터쯤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 5분쯤 올라가니 비로소 장례식장이 보였다. 집에서 장례식장까지 50분쯤 걸렸다. 우리 집에서 인하대병원장례식장이나 청기와장례식장 가는 시간과 얼추 비슷했다. 장례식장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아, 무척 깨끗하고 조용하다’였다. 

 

빈소인 8호실은 지하 2층에 있었고 무척 널찍했다. 내가 빈소에 들어갔을 때, 먼저 온 조문객 2명이 분향실 안에서 향을 피우고 있었다. 분향을 마친 그들이 친구 동생과 악수한 채로 오래 얘기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분향실 입구에서 가만히 선 채로 그들이 나오길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그들이 나오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향을 피우거나 절을 하지 않고 국화꽃 한 송이를 영정 앞에 올려놓은 후 기도했다. 상주들과도 가볍게 목인사만 했고, 맞절은 하지 않았다. 조문객이 올 때마다 맞절해야 하는 상주들은 무릎이 여간 아픈 게 아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는 친한 지인들의 빈소에서는 맞절하지 않고 악수를 하거나 목인사만 나눈다.

 

빈소에는 가족들 외에는 조문객이 별로 없었다. 어젯밤 요양원에서 운명한 모친을 이곳으로 이송한 것이 밤 11시였고, 빈소가 나지 않아 대기하다가 오늘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빈방이 나와 겨우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모친은 14년을 중증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고인이 무척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울 엄마는 나에게 얼마나 크나큰 은혜를 베풀고 가셨는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고마운 엄마. 빈소가 차려진 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내가 식사하는 동안에는 조문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조화를 배달한 기사들만 사인을 받기 위해 부지런하게 들락거렸다.

 

식사를 마치고서도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새로운 조문객이 왔을 때 나는 친구에게 인사하고 빈소를 나왔다. 기온이 낮지는 않았으나 바람이 불어 그런지 갈 때보다 춥게 느껴졌다. 벗어놨던 비니를 다시 쓰고 장갑을 꼈다. 가정역을 지나면서 은준에게 전화해 봤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만약 전화를 받았다면 동인천 ‘목포 손칼국숫집’에서 밴댕이와 준치회에 소주 한잔하자고 제안하려고 했다. 늘 그렇지만 전화할 때는 받았으면 하는 마음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반반이다. 어떤 경우라도 내게는 다행인 셈이다. 오늘은 다행히 전화 받지 않았다. 늦게까지 술 마시고 자는 게 분명했다. 집에 돌아와 쉬다가 저녁을 먹을 때쯤 “자느라고 못 받았어요” 하며 은준에게 전화가 왔다. 내 예상이 맞았다.


구속 기한 연장을 신청한 검찰의 요구를 법원이 기각했으나 검찰에서는 그대로 윤을 구속했다. 통쾌한 순간이다. 윤은 재임 중 구속된 최초의 통이 되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그가 구치소에서 술 없이 보내는 시간은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헌재 진술 과정에서 드러난 파렴치한 책임 전가와 말도 안 되는 변명이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그를 보며, 저런 무책임하고 무식한 무뢰배를 통으로 뽑아준 국민은 도대체 뭔가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국민의 힘으로 무뢰배를 응징하고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 사이의 대립과 갈등, 경기 침체 등은 오롯이 우리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자,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이다. 선거 잘못한 대가가 너무도 크다. 설 지나면 반드시 사필귀정의 현실을 만나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저녁부터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예보에 의하면 내일부터 설 당일까지 폭설이 내린다고 하는데,

귀향, 귀경하는 차들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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