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어떤 기다림 (1-9-목, 새벽에 눈, 낮에는 맑음) 본문

일상

어떤 기다림 (1-9-목, 새벽에 눈, 낮에는 맑음)

달빛사랑 2025. 1. 9. 23:00

 

 

어제 얼추 12시가 다 되어가는 야심한 시간, 일기를 쓰고 있다가 카페 ‘산’의 대표 성식의 전화를 받았다. 혁재와 로미가 카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오라는 전화였다. 하루 중 내가 가장 평화로움을 느끼는 고즈넉한 성찰의 시간을 방해하다니, 새해부터 이 얼마나 큰 민폐란 말인지. 전화한 성식이가 야속했다. 시간이 너무 늦기도 했고, 날도 갑자기 추워져서 전화를 끊고도 많이 망설였다. 그때 나가면 필시 새벽까지 술 마시고 서너 시나 되어야 돌아올 텐데, 더구나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정말 고민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카페 ‘산’에 들러 혁재와 로미를 만났다.

 

나를 움직이게 만든 건 일종의 부채감이었다. 작년 연말 상훈의 부친상과 다른 일정 때문에 혁재의 공연에 가지 못했고, 송년회도 함께하지 못했으며, 게다가 올 들어 처음으로 연락해 온 터라서 거절하지 못했다. 다행히 30번 버스가 그때까지 다녔다. 버스 타고 5분 만에 간석시장에 도착해 정거장에 내렸을 때 눈발은 집을 나설 때보다 더욱 거세졌다. 카페 안에 들어가니 손님 둘이 나와서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성식은 옆에서 기타 반주 중이었다. 로미는 내가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라 부둥켜안으며 “고마워요. 정말 나와주시다니, 사실 일단 집에 들어가시면 잘 안 나오셔서 못 오실 줄 알았거든요. 와, 정말!” 하고 감격스러워했다. 창가 쪽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그런 나와 로미를 힐끗 쳐다봤다. 혁재는 다소 취해 보였지만, 예의 그 툴툴거림은 없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성식 내외와 혁재, 로미 커플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 오붓하게 술 마셨다. 성식과 혁재는 송명섭 막걸리를 마셨고 나는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술 마시다 3시가 다 되어 근처 24시간 식당 ‘종가집설렁탕감자탕’에 들러 식사했다. 나머지는 김치찌개를 먹었고 나는 설렁탕을 먹었다. 새벽에 소주와 함께 먹는 설렁탕은 정말 맛이 좋았다. 국물까지 싹 비웠다. 식당을 나와 일행들과 헤어져 집까지 운동 삼아 걸어왔다. 혁재와 로미는 여관에 갔을 테고, 성식 커플은 근처 집으로 갔을 것이다. 집에 도착해 닦으려고 할 때 로미의 전화를 받았다. 정신이 너무 또렷했으나 아침 출근을 위해서 억지로 잠자리에 들었다.

 

서너 시간 자다가 눈을 뜨니 8시 30분,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운동하고 다소 늦은 10시쯤 출근했다. 20대 시절의 객기를 오랜만에 경험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