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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그날, 그 외로웠던 새벽의 당신 (1-8-수, 늦은 밤 눈) 본문

일상

그날, 그 외로웠던 새벽의 당신 (1-8-수, 늦은 밤 눈)

달빛사랑 2025. 1. 8. 23:40

 

엄마가 하늘나라 가신 지 만 4년이다. 4년 전 오늘 새벽, 엄마는 나만 남겨놓고 하늘에 들었다(入). 지금도 그 새벽, 홀로 주무시다 운명하신 엄마와 그런 엄마를 혼자 떠나보내야 했던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득해진다. 슬프면서도 장엄하고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고마웠던 그날, 그 새벽의 고독했던 시간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흑백 판화 같은 이미지로 내 마음에 각인되었다. 같은 계절, 같은 시간의 이미지는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법인가, 오늘도 그날처럼 갑자기 추워졌고 며칠 전에는 그때처럼 큰 눈이 왔으며 오늘 밤에도 조금 전부터 눈발이 펄펄 날린다. 기묘할 정도의 기시감이다. "나를 기억하렴" 하는 엄마의 메시지일까? 

 

지난 4년 동안 큰 변화는 없었지만, 작고 사소한 변화는 더러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담배를 끊었고, 주식을 시작했고, 시(詩)로부터 조금 멀어진 생활을 해왔으며, 몇 차례 연애의 기회가 있었으나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그만두었고, 임플란트를 10개나 식립 했고, 식생활에 신경 쓰기 시작했고, 생전 처음으로 파마도 해 봤다. 집 안 곳곳의 인테리어를 새로 했고, 바닥에 요와 이불을 깔고 생활하다가 거금을 주고 에이스침대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엄마가 계셨다면 모두 “잘했다”라며 환하게 웃으셨을 일들이다. 아, 그리고 엄마에게 살갑던 큰 매형이 작년 여름에 갑자기 돌연사했다. 이건 하늘에 계신 엄마도 놀라셨을 일이다. (이렇게 열거하다 보니 만만하지 않은 변화들이 제법 있었네)

 

엄마 돌아가시고 2년 정도는 정말 힘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생각나는 엄마로 인해 갑자기 멍해지는 순간이 잦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좋은 물건을 구매했을 때도,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도, 현관에 들어서며 바라보게 되는 엄마의 방이나 당신이 키우던 온갖 화초들이 꽃을 피울 때, 그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곤 했다. 지금도 그리움은 한결같으나 다만 ‘시간이라는 약’이 거칠게 헐었던 마음을 상당 부분 치료해 주었다. 사별이든 실연이든 그 극한의 아픔을 치료해 주는 가장 유력한 힘은 바로 시간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던 4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엄마, 나 제법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잘 지낼 거예요.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라고. 엄마가 무척 보고 싶은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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