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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불안한 겨울 (1-10-금, 맑음) 본문

일상

불안한 겨울 (1-10-금, 맑음)

달빛사랑 2025. 1. 10. 23:06

 

새벽에 들어와 한숨 자고 출근한 것치곤 컨디션이 괜찮았다. 종일 숙취 없이 근무했다. 새벽에 설렁탕을 먹은 게 도움이 된 듯하다. 퇴근길 전철 역사에서 혁재에게 연락했다. (함께 새벽을 견딘 동지로서) 몸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건데, 아니나 다를까 만석동 기성의 치킨집에서 로미, 산이와 함께 술 마시고 있었다. 하도 오라고 성화를 해 결국 집에 가려다 만석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치킨집에 도착하니 산이와 로미는 멀쩡하고 혁재는 눈이 약간 풀려있었다. 산이의 반려견 나무(tree가 아니라 '나무 아미 타불' 할 때의 그 '나무')도 함께 있었다. 개업하고 처음이라 혁재 일행의 술값을 포함하여 10만 원을 선결제해주었다. 늘 언제 들를 거냐는 기성의 성화가 무척 부담스러웠는데, 오늘 그 부채감 하나 덜은 셈이다.

치킨 맛은 그냥 그랬다. 어제 로미와 혁재가 "선배님, 그 집에 가시면 치킨은 드시지 마시고 다른 안주를 드세요"라고 말한 이유와 "형, 거기는 치킨 전문점이 아니라 그냥 포장마차 같은 술집에서 치킨도 파는 거예요"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행히 손님은 적지 않았다. 기성의 아내이자 내 초등학교 후배 Y가 주방일을 거들고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도 홀에는 손님들이 가득했고, 심지어 2층에는 단체 손님들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손님 중 상당수는 기성 내외의 지인들이긴 하다. 특히 Y의 친동생, 그러니까 기성의 처남이 근처에 살면서 손님들을 많이 데려오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일행들과 와 있었는데, Y가 동생을 불러 내게 인사시켰다. 나보다 4살 아래였고 그 역시 내 초등학교 후배였다.

시간이 갈수록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막걸리 2병 정도 마시고 후배들보다 먼저 치킨집을 나와 가게 앞에서 15번 버스 타고 시민공원역까지 와서 인천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탔다. 만석부두에서 집까지 35분 만에 도착했다. 들어오면서 아이스크림과 우유를 샀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하는데 술기운 때문인지 별로 춥진 않았다.

 

요즘 즉흥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일상이 무너졌다. 그래서 더욱 불안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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