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박충의 작가 철제 조각 전시 '꽃이 되다' (5-4-토, 맑음) 본문
“노동의 거친 경험이 축적된 연장들 위에 숟가락으로 만든 꽃을 녹여서 붙인다. 연장들은 우아한 곡선을 지닌 조형물로 다시 태어난다. 쓸모를 다해 손에서 벗어났던 연장의 붉은 녹은 작품의 한 요소로 빛난다. 누군가의 끼니를 해결했을 숟가락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으로 피어난다. 버려지고 닳은 연장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작가 노트’ 중에서
부고가 잦다. 연극배우 후배 강모의 모친 부고와 인천민주화운동센터장 오모 선배 모친의 부고를 연이어 받았다. 빈소가 멀어 가보지는 못하고 카카오톡으로 조의금만 보냈다. 오후에는 벗인 박충의 작가 전시를 보기 위해 송도 커넬워크를 갔다. 도착했을 때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을 둘러보니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 반반이었다. 전시장은 깔끔했지만, 다소 협소했다. 하지만 작품들은 그 협소한 공간 안에 본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었다.
폐농기구와 숟가락을 오브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모든 작품이 맘에 와닿았다. 농기구는 농사를 짓는 도구들 아닌가. 그 농기구는 필연적으로 생명을 키워내는 대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 대지에서 자란 음식을 먹고 인간들 또한 생명을 이어간다. 이때 (농기구를 이용해 대지에서 수확한) 음식을 우리 몸으로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숟가락이다. 작가는 농기구와 숟가락을 접합해 또 다른 생명들, 즉 꽃과 나무와 새와 같은 생명들을 형상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철제 조각들은 예술작품으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쩌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대자연과 인간세계를 아우르는 생명 순환의 법칙을 농기구와 숟가락이라는 철제 오브제를 통해 형상화해 내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갯벌 연작에서도 확인했지만, 그는 최근 집요할 정도로 자연과 생명에 관한 탐색을 시도하고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의 작업과 작품들에 나의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의 작품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시 오픈 행사를 마치고 커넬워크 가을(autumn) 동(洞) 인공 냇물 앞에서 맥주를 마셨다. 분수와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흥취를 돋웠다. 송도에서 뒤풀이하다 다인아트 미경의 전화를 받고 창길, 혜경과 함께 구월동 갈매기로 이동했다. 도착해 보니 혁재도 있었다. 창길이는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혁재를 오늘에야 '드디어' 만났다. 송도에서의 전작이 많아 갈매기에서는 비교적 일찍 일어났다. 창길, 혜경과 함께 전철 타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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