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혁재는 춘천에 있고...... (07-17-월, 종일 흐림) 본문

6월 말부터 친구나 후배들을 만나지 못했다. 지인들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고 아는 예술가들의 전시나 공연에도 가지 않았다. SNS도 하지 않았다. 사회적인 관계를 의식적으로 단절하고 집과 직장만을 오고 가며 절식하고 음식을 조절했으며 운동을 강화했다. 건강을 위한 선제적 차원의 운동이나 단식이 아니었다. 살기 위한 것이었다. 60여 년 동안 함부로 사용한 몸의 역습 때문에 시작한 강제된 관리였다. 동료들로부터 서운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독하게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3주가 지나자 의미 있는 변화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줄었고 아랫배가 들어갔으며 턱 선도 살아났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 타인이 볼 때는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내가 그렇게 믿으면 그만이다.
우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잠깐 혁재를 볼까하고 전화했는데, 그는 로미와 함께 춘천에 있었다. 목소리가 많이 들떠 있었다. 춘천에서 음악 카페를 하는 선배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춘천에 갔다가 선배의 강권으로 오늘 하루 더 묵기로 한 모양이었다. 혁재는 원하는 걸 다 얻은 소년의 달뜬 목소리로 “형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주저리주저리 어젯밤의 파티 현장은 물론 비 내리는 춘천의 풍광을 전해주었다. 그 열정과 에너지와 낭만이 부러웠다.
춘천은 두 차례밖에 가보지 못했다. 고등학교 동창이 강원개발공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그를 만나러 두 번 갔던 게 전부다. 가는 곳마다 호수가 눈에 들어와 시원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나는 인천에 있는데도 혁재가 말을 할 때마다 나 역시 춘천의 호숫가를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혁재의 너스레는 생생했다. 그래서 통화를 마치고 춘천 가는 버스 시간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인천에서 춘천까지 2~3시간밖에 안 걸리니 여차하면 혁재를 만나러 춘천 갈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4시 40분쯤 내 사무실에서 혁재와 통화했는데, 인천터미널에서 춘천 가는 시외버스 시간은 5시 10분, 너무 빠듯했다. 바로 다음 차가 막차, 8시 30분에 있었다. 막차를 타면 11시나 되어야 춘천에 도착할 텐데, 그때는 이미 혁재가 많이 취해 있을 게 뻔했다. 관두기로 했다.
▪︎날은 흐렸지만 비는 없었다. 일단 성질 급한 장맛비는 물러간 모양이다. 예보에 의하면 주말쯤에 다시 또 비가 온다던데, 그 비는 분명 순해진 비일 것이다.
▪︎중복, 말복을 앞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나로서는 비 내릴 때보다 더욱 마음 단단하게 먹어야 할 때다.
▪︎혈당측정기를 샀다. 기분이 묘하다.
▪︎딸기, 블루베리, 키위를 샀다. 혈당관리에 좋다는 과일들이다. 물론 과일이라서 당질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혈당스파이크는 일으키지 않을 과일이고, 무엇보다 영양학적으로도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진 과일들이다. 다 먹으면 사과도 구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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