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7월과 친구가 되고 싶어 (07-01-토, 흐림) 본문
감기 기운 때문에 종일 자다 깨다 했지만, 운동을 오래 해와서 그런가 컨디션이 나쁘긴 해도 몸이 완전히 까라지지는 않았다. 약간의 근육통은 있었으나 사이클 타는 것도 쉬지 않았다. 미미하나마 체중도 줄었다. 잡곡밥 이외에는 탄수화물을 먹지 않았더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벼웠다. 술 마신 다음날 해장한다고 아침부터 라면 2개를 끓여 먹고, 사이다, 콜라를 입에 달고 살았으며 냉면이나 칼국수를 밥보다 좋아했던 이전의 식습관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그 무지와 안일에서 비롯된 그 모든 '자해' 행위를 견디느라 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J를 비롯한 몇몇 지인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한참 뒤에 감기 몸살 때문에 자느라고 전화받지 못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특히 J는 일단 통화를 시작하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서 전화받기가 무척 부담스럽다. 주로 들어주는 편이라서 먼저 끊지도 못한다. 요즘에는 끊어야 할 때 냉정하게 끊는 편이지만 이전에는 그의 너스레를 거의 다 들어주었고 간간이 추임새도 넣어주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내가 자상하고 편한 선배일 거다. 그래서 자주 전화하는 걸까?
7월이 시작되었다. 요즘 내가 아는 '그들'은 저마다 있는 곳에서 나름대로 분주한데 나만 일정한 시점, 특정 공간에 고여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왠지 모를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그들'이 자기들끼리 만나고 술 마시고 유쾌하게 소통하며 요란하게 지낼 때, 나는 혼자 있는 게 좋아 자발적 고립을 즐기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하지만 솔직히 그 왁자지껄한 일상이 부럽지는 않다. 다만 무리 안에 있는 게 안전하고 맘이 편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가끔 '내가 무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지내는 거 아닌가?' 하는 본능적인 우려가 들긴 한다. 이건 정서적 조건 반사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오지 않은 시간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시간 속에 숨어 있는 무수한 가능성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만물은 유전하는 법이니 인간인 나의 변화도 필연이다. 다만 무기력하게 늙어가며 확인하는 변화 말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주도적으로 주변의 상황과 나의 존재 조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인공이 되길 나는 바란다. 시간에 모든 걸 맡기고 무기력하게 체념하며 늙어가기는 정말 싫다. 그래서 진지하게 7월에게 부탁한다. 새로운 달 7월은 내게 주체적, 능동적 변화를 위한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지치지 않도록 응원과 박수를 보내준다면 나 또한 7월에게 처음으로 공감과 연대, 마침내는 감사의 악수를 건넬 용의가 있다. 여름이 두려운 나에게 7월과 8월은 가장 혹독한 시간이자 경멸의 대상이었다. 이런 7월에게 화해를 제안하는 것이다. 나에게 시작된 모종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그리하여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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