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행복한 기다림 (06-29-목, 종일 장맛비) 본문
종일 비 내렸다. 장맛비답게 시원하게 내렸다. 간헐적 단식 중 16시간 공복 유지를 시작한 지 나흘째다. 아직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지만 확실히 몸은 가벼워졌다. 저녁 식사 이후 야식을 먹지 안 먹게 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라면을 두 개씩 끓여 먹고 900ml 아이스크림을 한 통씩 먹곤 했다. 그런 식습관이 내장비만을 야기했고 혈당 수치를 높였을 거다. 겁이 없었다고나 할까. 하긴 젊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생전 엄마의 건강 관리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스스로 운동을 해서 당뇨를 잡고, 나쁜 것, 하지 말라는 음식은 절대 입에 대지 않으셨다. 그건 단순히 노인들의 건강에 관한 '노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의지의 문제고 실천의 문제이며 자신의 몸이 타인들(특히 자식들)에게 민폐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배려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담배를 정말 쉽게 끊게 된 것이 너무도 신기하다. 엄마의 기일을 맞아 가족 묘역을 다녀온 후 그야말로 금연 패치나 금연침과 같은 의학적 도움 없이 한 번에 전격적으로 금연하게 된 건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하면서도 희한하다. 하늘에서도 나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통한 걸까. 아무튼 금연 뿐만 아니라, 술을 멀리하고 사람 만나는 일도 의식적으로 줄이려고 하니 여기저기서 뭔 일 있느냐며 전화가 걸려온다. "안 하던 짓 하면 죽을 때가 된 거야"라고 말하며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거야?" 하고 질문하는 지인들도 많다. 다 나를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사 서너 달 사이에 금연하고 금주하고 절식하겠다고 나섰으니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일 거다. 내가 이렇듯 몸 사리는 걸 본 적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의아하기도 하겠지.
사실 뭐 그리 거창한 이유가 있겠는가? 그냥, 어느 순간 내가 나를 너무 방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몸이 무거워지는 게 싫었고, 뱃살이 나오는 게 두려웠을 뿐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조금'을 못 참고 무너져 내린다면 나 스스로 용서가 안 될 것 같았다. 그것뿐이다. '나 몸 만들고 있어요'라고 광고할 것도 아니고, 그저 밥 먹고 숨 쉬고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일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몸이 변할 때 묘한 희열이 느껴진다. 저절로 이루어진 변화가 아니라 노력으로 성취한 변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즐거움을 위해 당분간은 더욱 강도 높은 운동과 절식, 식단 조절을 할 생각이다. 여름이 가기 전 몸무게를 60kg대로 낮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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