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고 (12-12-월, 흐리고 비) 본문

일상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고 (12-12-월, 흐리고 비)

달빛사랑 2022. 12. 12. 22:29

 

아침 공감 회의를 마치고 생일을 맞은 교육감을 위해 (사실 며칠 전이 생일이었다. 휴일이어서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비서실 직원들이 케이크를 준비해 조촐한 파티를 해주었다. 내 방으로 돌아와 이번 주 목요일이 마감인 기호일보 칼럼을 쓰기 위해 PC 앞에 앉았지만, 칼럼은 못 쓰고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뭘 써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욕만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매번 우울한 이야기만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욕 나오는 현실'을 다룬 글을 쓰긴 했지만, 이제는 뭔가 희망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 당최 가닥이 잡히질 않는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내년이면 정년퇴임해서 교육청을 떠나는 행정국장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갑오징어 샤부샤부를 먹었는데 어찌나 양이 많던지 식당을 나올 때는 일행들의 아랫배가 모두 불룩해져 나와야 했다. 품이 넓은 파카를 입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티셔츠 차림이었으면 민망했을 것이다. 식당 사장이 행정국장과 같은 테니스클럽 회원이어서 우리 자리에 특별히 더 많은 고기와 음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지막 코스로  죽을 끓여줬는데, 이미 배가 불러 죽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먹기 버거웠다. 그래도 채소와 물 좋은 오징어, 전복, 대합 등을 먹었으니 오랜만에 건강한 음식을 먹은 셈이다. 매일 라면이나 김치찌개, 된장찌개처럼 짠 음식만 받아들였던 위가 '웬일이래?' 하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뭔가 건강해진 느낌이랄까. 아무튼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비서들이 선택한 메뉴였을 텐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후 들어 비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날이 포근해서 그런가 눈은 오지 않았다. 4시쯤에는 사위가 한층 어두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의 색깔이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이런 날씨를 나는 좋아한다.

 

오늘은 다른 보좌관들의 업무 관련 손님들이 많이 방문해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집중이 안 되어 자꾸 담배 피우러 옥상을 다녀와야 했다. '소음'은 서너 시간 이어졌다.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빗물이 고여 있어 밀대로 밀어냈다. 은근 재미있었다. 고인 물이 밀려나갈 때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밀대를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물을 밀어내는 내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 눈으로 내렸으면 큰 눈이었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