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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이제는 절망보다 희망을 위하여 (12-13-화, 눈 내림) 본문

일상

이제는 절망보다 희망을 위하여 (12-13-화, 눈 내림)

달빛사랑 2022. 12. 13. 20:08

 

임인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참으로 숨이 가쁜 한 해였습니다. 수년째 이어온 코로나19의 집요한 공세 속에서도 대통령이 바뀌고, 여야가 바뀌고, 지방자치 정부의 수장과 의원들이 바뀌었습니다. 시민들은 바뀐 정치 지형 속에서 이전과는 뭔가 달라진 삶의 모습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만에 민생은 더욱 힘겨워지고 정치의 난맥은 더욱 깊어졌으며 보복과 정쟁의 기시감은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름다운 늦가을의 어느 날, 수백 명의 희생자를 만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여 모든 국민은 익숙한 트라우마에 다시 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민은 언제까지 무심한 정부와 이기적인 정치인들의 무관심 속에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며 힘겨워해야 하는 걸까요? 한쪽으로 경도된 정치 검찰을 앞세워 정적들에 대한 보복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 여당과 새로운 정치적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낡은 형태의 ‘쪽수 정치’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몽니 정치만 반복하고 있는 야당, 과연 이들에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맡길 수 있는 걸까요?

그렇게 임인년의 황금 같은 시간은 허비되었고, 허비되는 중입니다. 검은 호랑이의 기상은커녕 병든 고양이의 한숨 같은 무미하고 건조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바닥인 대통령은 한결같은 구설과 설화(舌禍)로 인해 국민에게 희화화되기 일쑤고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각 부 장관과 기관장들은 납작 엎드린 채 자신의 임무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이곳이 영화 배트맨의 배경이 된 고담시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배트맨과 같은 영웅이 없습니다. 설사 있다고 해도 국민의 문제를 한 명 영웅의 힘으로 해결하려 하는 건 옳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약하고 고장 난 시대를 바로잡고 허투루 가던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았던 건 바로 말없이 저마다의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던 수많은 백성(민중)이었다는 것은 역사가 보증하는 사실입니다. 현대사에만 한정해도 우리는 3.1 운동과 4월 혁명, 5.18과 6월 항쟁, 그리고 불과 6년 전 겨울의 촛불 항쟁 등 단결과 저항의 숭고한 경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결한 국민, 조직된 민중을 부도덕한 위정자들은 가장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권력을 무서워할 일이 아니라 단결된 우리를 저들이 무서워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게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소중한 가르침이고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가치입니다.

일단 정치적 허무주의와 무관심을 극복해야 합니다. 보기 싫은 뉴스도 봐야 하고, 힘들고 귀찮아도 국민의 당연한 권리가 침해되는 현장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절망보다 희망을 노래해야 합니다. 힘든 이웃과 주변 동료의 어려움에 공감해야 합니다. 저 바람 찬 가두에서, 고공에서, 노동 현장에서, 시장에서 외치는 이웃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때로 나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그들의 싸움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강하게 하는 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 사이에 틈이 생기고 불신의 장벽이 생기고 경원하는 마음이 생기고 소통의 장벽이 생길 때, 어려운 이웃의 현실은 곧 나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연대를 바탕으로 이제 우리는 너무도 신산했던 임인년의 질곡들을 떨쳐내고 다가올 한 해의 희망을 조형할 때입니다. 이제는 눈물보다 웃음에 관하여, 슬픔과 절망보다 기쁨과 희망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입니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중략)/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한세상의 슬픔을 보리/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곽재구 ‘희망을 위하여’ 중에서”

 

한 장 남은 달력의 휑한 흔들림 속에서 겨울은 깊어갑니다. 서로의 온기가 더욱 절실할 때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어려운 이웃들의 잠자리와 안온한 아침 식탁을 염려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 모두의 작은 사랑은 수만 볼트의 전기가 되어 세상을 환하고 아름답게 밝혀 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위에 소개한 시처럼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는 굳건한 연대가 이 겨울과 혹독한 시대를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걸 잊지 맙시다. 


종일 흐렸습니다. 예보대로 정오가 지나면서 눈발이 날렸습니다. 눈은 어지럽게  허공에 빗금을 그으며 날렸습니다. H에게 눈꽃을 찍어 보내주고 싶었는데, 눈은 쌓이지 않고 지상에 닿자마자 녹아버렸습니다. 소담하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으로 눈꽃을 찍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발 뒤꿈치를 중심 삼아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찍어가며 그린 눈꽃, 가끔은 그 꽃이 살아나 꿈속까지 따라오기도 했지요. 그립습니다.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일주일 만의 일입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40분간 걷다가 온 것에 불과하지만, 술자리가 많았던 지난주에는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운동을 다녀와서 식사를 하고, 노트북의 C 타입 USB 포트가 먹통이어서 근처 엘지 서비스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센터 직원은 엉뚱한 것만 이리저리 만지면서 정작 USB 포트는 살펴보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10분쯤 지나서 직원은 "쉬프트 키 이상 없는데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나의 "C 포트가 먹통입니다"를 "쉬프트 키가 먹통입니다"로 들었던 것입니다. 직원이나 나나 황당해서 막 웃었습니다. 직원은 의뢰한 부분을 살펴보더니 고장이 맞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C 포트(PD PORT)가 고장나면 그 부분만이 아니라 보드 전체를 갈아야 하고, 그 비용이 80만 원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노트북 한 대 가격이잖아요? 그래서 "와, 부담이 너무 크네요. 그냥 C 포트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서비스 센터를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C 포트 부분에 윤활제를 뿌리고 치간칫솔 남은 거로 청소를 해봤습니다. 시커먼 때와 먼지 덩어리가 묻어나오더군요. 몇 차례 청소를 반복한 후 보조 모니터를 C 포트에 꽂아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짠~! 하고 화면이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C 포트가 작동한다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PD 충전기를 꽂아보았어요. 역시 정상 충전되더군요. 결국 그 부분에 이물질이 끼어서 연결이 잘 안 됐던 모양입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소리를 다 질렀다니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센터 직원은 왜 몰랐고, 또 청소를 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까요? 기가 막혔습니다. 아무튼 돈 벌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80만 원이나 말입니다. 

 

후배 장은 약속한 날짜인 오늘 정확하게 꾼돈을 입금했더군요. 이자라며 3만 원을 얹어서 말입니다. 약속을 지킨 건 기특하나, 입금하며 보낸 문자가 걸리더군요. "고마워요. 형. 신세진 거 있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두 번쯤은 다시 부탁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ㅎㅎ"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조짐이 안 좋습니다. 돈이야 있으면 꾸어줄 수도 있는 문제지만, 카드 결제 금액을 계속 빌려서 해결해야 한다는 건 그 자신을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이거든요. 빚이 빚을 낳는 법이니까요. 걱정입니다. 저녁에는 상훈이가 전화를 해서 목요일 시립합창단 공연을 함께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는데, 고맙지만 그날은 원고 교정 때문에 일해야 할 것 같아 사양했습니다. 미안하네요. 밤이 되면서 날이 맹렬하게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아침은 만만하지 않을 것 같군요. 꽁꽁 싸매고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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