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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장맛비 내리는 날, 후배와 갈매기를 찾다 본문

일상

장맛비 내리는 날, 후배와 갈매기를 찾다

달빛사랑 2022. 6. 27. 00:51

 

아침 운동을 다녀와 콘플레이크와 우유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출근했다. 날은 오늘도 흐렸고, 가끔 빗방울 떨어졌다. 오후가 되면서 몇몇 후배들이 몸이 괜찮으면 한잔하자며 연락해 왔다. 그중 후배 장과 연락이 닿았다. 1시간 후에 장은 교육청 내 사무실에 도착했다.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불쾌하지는 않았다. 익숙한 냄새였다. 장과 함께 청사를 나와 예술회관까지 걸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단골집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갈매기에 들렀다. 갈매기에 도착했을 때, 불이 꺼져 있었다. 아직 안 나왔나 싶었는데 문은 열려 있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실내등과 에어컨을 켜고 주인을 기다렸다. 맞은편 인천집에서 술 마시던 사내들이 불콰해진 얼굴로 문밖에서 담배들 피우고 있었다. 그렇게 20분쯤 기다리자 종우 형이 나타났다. 의례적인 인사와 그간의 안부를 나누고, 형수가 나오기 전이라서 매실청을 담기 위해 따다 놓은 매실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발병한 지 거의 3주 만이었다. 

장과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다. 장이나 나나 부모로부터 신앙을 유산으로 받은 사람이다. 비록 성실한 신앙인의 모습과 거리가 멀기도 하고 교회에 나가 봉사하지도 못하지만, 가슴속에 흐르는 신앙의 피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도 나도 느끼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장도 많이 순해지고 신앙에 대한 냉소도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요즘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아져서 고민이 많다. 나는 장에게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집에 들어가 그분들을 잠시라도 모시고 살라고 충고를 해주었다. 엄마와 살아본 나로서는 부모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부모에게는 자식이 전부다. 특히 나이들고 병약해진 부모의 약해진 마음은 자식만이 위로해 줄 수 있다. 그러면서 평생을 기도로 사신 울 엄마의 삶과 죽음에 관해 다시 그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장은 모친이 요즘 자주 짜증을 내고 패악을 부린다며 걱정했는데, 그건 바로 자식과 함께하지 못하는 말년의 비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장은 "그럴까요?" 했지만, 수긍하는 눈치였다.

8시가 좀 넘어가자 몸이 현저하게 피곤해졌다. 취기도 살짝 느껴졌다. 장은 좀 더 마시고 싶어했지만 나는 일어서고 싶었다. 내가 일어서자 장도 일어났다. 그도 약간 취한 듯 보였다. 전철을 타고갈까 하다가 택시를 탔다. 멍하니 앉아서 차창 밖을 보고 있으니 졸음이 몰려왔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책상 앞에 앉으니 취기가 어느 정도 가셨다. 오랜만에 마신 막걸리라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몸 상태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빗방울 떨어진다. 우기의 한복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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