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우기의 한복판, 종일 비 내리다 본문
종일 비 내렸다. 청사의 옥상 그늘막도 바람에 망가질까 걷어놓아서 담배를 피울 때는 문가에 바짝 붙어서서 피워야 했다. 예보에 의하면 내일까지 큰비는 이어질 것이다. 점심에는 보운 형과 오랜만에 칼국수를 먹었다. 비 내리는 날은 손님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30분 정도 기다려서야 바지락이 듬뿍 담긴 칼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특별히 더 맛있었다. 보운 형은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건네주듯 바지락을 국자로 떠서 자꾸만 내 그릇에 넣어주었다. 그러지 말라고 몇 번 만류하다 그냥 두었다. 대신 환하게 웃어주었다. 형도 환하게 웃었다. 식당을 나오니 다시 비가 쏟아졌다. 바짓단이 젖어도 신경 안 썼다. 아직은 큰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으나, 예보대로 내일 큰비가 내리면 침수 피해가 만만찮을 것이다. 시간 단위로 안전 문자가 계속 도착했다. 비를 좋아하지만 피해 상황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미친 사람이겠지.
오후에는 선거 때문에 청을 나갔던 보좌관 두 분이 새로운 보직을 받고 직원들에게 인사하러 청사에 들렀다. 나와 같은 방에 있던 박 보좌관은 비서실장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능력 있고, 책임감도 강한 그가 교육감을 보좌한다면 교육감의 업무 처리도 한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7월 1일 교육감 취임식 날부터 정상 출근한다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그동안 보좌관실이 썰렁했는데, 이제 다음 주부터는 다시 분주해질 것이다. 물론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마냥 반가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힘을 나눌 동료들이 한데 모였으니 겁날 게 뭐가 있겠는가. 한편 떠나는 사람도 있다. 우리처럼 계약직 공무원이 아닌 경우, 순환근무를 해야 해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야 한다. 비서실 박 모 사무관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교육감실에서 4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도서관으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서무를 보는 박 모 주무관도 다른 부서로 가게 되었다. 서운하지만, 박 주무관은 본청 내 다른 부서라서 오가며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퇴근 후 곧바로 헬스클럽에 들러 운동하고 왔다. 저녁을 먹고는 영화를 봤다. ‘The nun’. 공포영화 ‘컨저링’ 시리즈의 하나라고 하는데, 영화의 개연성은 물 말아 잡쉈지만, 순간순간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재주는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사실, 나는 확실히 오컬트 영화나 공포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악령을 구축(驅逐)하는 퇴마 영화는 나름 좋아하는데, 이렇듯 시종일관 시도되는 놀래주기로 상실한 개연성을 퉁치려 하는 영화는 별로다. 서서히 조여드는 공포, 줄거리의 치밀함, 납득할 수 있는 사건 전개 등등이 충족되지 않으면 흥미가 반감된다. 그래도 여주인공의 연기가 괜찮았기 때문에 좋아 별점은 준다. 5개 만점에 별 세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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