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발병 4일차, 토요일, 맑음 본문
처방받은 약도 먹고 손 마사지도 꾸준히 하면서 보냈다. 오전에는 그냥 퍼져있기 뭐해서 헬스클럽에 들러 러닝머신 한 시간을 타고 왔다. 땀을 흘리고 나니 몸은 확실히 가벼워졌다. 그러나 오른쪽 얼굴 근육은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움직였고, 오른쪽 눈은 여전히 시리고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인공 눈물을 넣으며 악착같이 견뎠다. 밤이 되자 눈 시림도 덜하고 눈물도 이전보다 적게 나왔지만 부은 것도 같고, 이물감도 느껴졌다. 아주 불쾌한 느낌이다. 흔히 안면신경마비(구완와사) 증상은 귀 뒷부분에 엄청난 통증이 있고 혀의 신경도 영향을 받아 미각을 잃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두 가지 증상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신경과 의사가 말하기를 안면신경마비 증상은 약을 먹든 주사를 맞든 그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발병 후 5일에서 7일간은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질 거라고 했다. 이 증상의 진행 과정이 본래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증상 심화와 상관없이 3일에서 5일 안에 초동 치료를 시작하고 링거를 맞으며 집중 관리해야만 7일 이후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하여 보름 전에는 후유증 없이 원래 대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었으면서도 나는 약을 먹기 시작했으니 증상이 좀 완화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인지상정일 것이다. 내가 수요일에 발병하고 금요일에 약을 먹기 시작했으니,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니다. 처방 약은 일주일 치를 지었기 때문에 다음 주 목요일까지 먹을 게 있지만, 월요일과 수요일에도 병원을 찾아 링거를 맞을 생각이다. 의사도 그렇게 하는 게 치료에 효과적일 거라고 말을 했다.
저녁에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다시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고맙고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나 역시 이 병은 스트레스와 면역력 감퇴가 원인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니 당신들도 건강 잘 챙기고 스트레스 쌓아두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한편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니 책을 읽기가 마땅치 않아 누워서 유튜브를 보거나 영화를 감상했다. 그러다가 졸리면 자고 먹고 싶은 게 있을 때는 슈퍼에 들러 과자나 음식을 사다 먹었다. 아이스크림 한 통을 먹었고, 호두과자 한 봉지를 먹었으며, 칼국수와 냉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신경이 마비되었는데도 식욕은 안 떨어진 게 이상하다.
틈틈이 거울을 보며 마사지를 했다. 틀어진 입꼬리가 신경 쓰였다. 최상급 미남은 아니지만 제법 훈남이었던 얼굴이 몇 년 새 폭삭 늙어버린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기도는 하늘나라에서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고, 하나님은 결정적일 때마다 ‘야훼 이레’를 보여주셨으니 상심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든든한 뒷배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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