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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안면 신경 마비 본문

일상

안면 신경 마비

달빛사랑 2022. 6. 9. 00:18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려고 하니 이전과는 다르게 무척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입술 근육도 왼쪽으로 치우친 것 같았다. 오래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안면 마비를 경험했는데 그때의 느낌과 너무도 비슷했다. 불안한 마음에 눈을 깜빡거려 봤는데, 다행히 눈은 감았다 떴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눈을 함께 감으면 감을 수 있었지만, 오른쪽 눈만 감으려고 했더니 감기질 않았다. 의식적으로 말을 하려 했더니 입술이 현저하게 비뚤어져 보였다. 주방으로 가서 물을 마셨는데, 오른쪽 입술 쪽으로 물이 흘러내렸다. 100% 안면신경마비 증상이었다. 아침도 먹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 안면신경마비 증상을 다양하게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나의 증상은 뇌와 중추신경에 이상이 있어 나타나는 안면 마비가 아니라 스트레스나 면역력이 감퇴,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나타나는 벨마비(Bell's palsy) 증상이었다. 이 경우 7~80%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가 된다고 하는데, 초기 치료를 제대로 못 하면 짧게는 서너 달에서 길게는 1년이 넘게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나는 나이도 있어서 발병 3~5일 안에 긴급하게 치료해 초기 증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그러느라 오전을 훌쩍 보냈다.

일단 목욕탕에 가서 목욕과 사우나를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 3시쯤 집 앞 한의원을 찾아갔다. 젊은 여의사는 이것저것 문진을 해보더니 바이러스 감염이나 면역력 저하로 인한 ‘구완와사’(안면신경마비를 일컫는 한방 용어)가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침을 맞는 것과 별개로 양방 병원 신경과에 들러 스테로이드와 같은 양약 처방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확실히 젊은 한의사라서 그런지 한방의 치료만을 강권하지 않아 더욱 신뢰가 갔다. 침을 맞고 나와 부랴부랴 만수역 근처 신경외과에 들렀더니, 자기들은 치료할 수 없으니 신경과로 가라는 것이었다. 동네 의원 수준이 아니라 대학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갈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간을 보았더니 내원하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내일 아침 일찍 가리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밤새 심란했다. 나의 병이 정말로 체력과 면역력 저하로 인한 불면,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와 피로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면 내가 내 병을 키운 셈이다. 특히 선거 전후해서 술을 많이 마셨고 잠을 설쳤다. 선거 당일은 개표방송을 보느라고 다음 날 아침까지 잠을 자지 않고 밤을 꼬박 새웠다. 어제도 새벽 운동을 하고 출근해 컨디션이 말이 아닌 데도 선대본 해단식이 끝난 후 구월동에 와서 친구들과 늦도록 술 마시고 돌아왔으니 몸이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가. 참고 참았던 내 몸이 경고 신호를 보낸 거라 할 수 있다. 자업자득이랄까. 그간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왜 나는 매번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걸까. 후회가 막심하다.

아무튼 일단 벌어진 일이니 이 병증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내일 아침 출근한 후, 소개받은 미래신경과에 가봐야겠다. 그리고 주변에도 알려서 내가 생활의 변화를 도모할 거라는 걸 믿게 만들어야겠다. 병은 널리 알리라고 했으니.... 내일은 무척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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