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6월 7일 화요일, 다시 운동을 시작하다 본문
정말 오랜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어언 1년을 쉰 것 같다. 늘 마음속에서는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술자리도 잦았고 의지도 부족했다. 결심을 하고 센터에 들러 등록을 하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질 않았다. 집에서 센터까지 단 5분 거리, 안내 데스크에서 설명을 듣고 등록을 하기까지 5분, 이 10분의 시간을 내기 위해 1년이나 미적거렸던 것이다. 막상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이렇게 쉬운 걸 왜 그리도 오래 망설였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사실 모든 게 그렇다. 치과를 방문하는 일도, 방치했던 책을 다시 집어드는 일도, 소원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허탈할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천성이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게으름이나 변명에도 임계점이 있는 모양이다. 늘어질 대로 늘어져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문득 찾아든다. 물론 반성하는 마음이 찾아왔다고 해서 곧바로 그간의 풀어진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는 반성조차 습관처럼 되풀이되기도 한다.
하지만 풀어짐이 임계점(언제가 혹은 어느 정도가 임계점인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느낌일 뿐이다)에 이르면 알 수 없는 결연함이 갑자기 생겨난다. 왜 그런지는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보면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폐인 모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자의식이 품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맙다. 설명할 수 없지만, 반성 이후의 각성,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를 무기력의 심연에서 끌어올리는 잠자던 의지가 너무 고맙다.
아무튼 그래서 8개월 이용료 29만7천 원과 개인 락커와 운동복 비용, 할인해서 5만 원, 도합 34만7천원을 지불했다. 아깝지 않다. 시설은 전반적으로 좋았으나 샤워 시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조에 녹이 슬고 구석구석 물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물은 콸콸 잘 나왔다. 러닝머신 앞 텔레비전도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러닝은 지루한 운동이라 뭔가 볼거리가 필요한 법인데...... 아쉬웠다. 간 김에 한 시간가량 운동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홈쇼핑에 들어가 목욕탕 바구니와 샴푸, 면도기 등을 구입했고 운동할 때 신을 운동화와 이어폰 등 센터에 가지고 갈 물건들을 챙겼다. 이전 센터와는 달리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시간을 단축하긴 하지만 운영을 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주말에 퍼져 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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