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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냉소가 나를 지배하는 시간 본문

일상

냉소가 나를 지배하는 시간

달빛사랑 2022. 6. 4. 00:35

 

 숨 가쁜 선거 일정이 끝나고 나니, 내가 직접 선거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뭔가 홀가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다. 비록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이 참패를 했고, 적폐로 규정했던 정치세력들이 대승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점은 국민의힘의 후보가 대거 당선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문제 많은 그들을 선택한 국민의 심리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파렴치한 정치인들의 집산지인 국힘을 선택하면서까지 민주당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특히 2~30대 젊은 남성들은 무엇 때문에 야당에 등 돌리고 적폐 세력들을 선택했는지, 그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무엇이기에 그 어느 세대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반동화된 것인지 등등 모든 것이 궁금하다. 이 의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거나 낡은 접근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후의 선거에도 야당은 필패일 것이다.

 딱히 시대와 현실에 빚진 게 없는 그들에게 민주와 정의, 양심과 도덕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는 기존 정치의 패러다임이나 접근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없다면 그들은 그저 '젊은 돼지들'이거나 역사와 현실의 엄중함을 외면하는 철없는 청춘들일뿐이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미래의 국가는 그들 것이다. 지지든 볶든 그들이 미래를 꾸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는 자식의 일탈을 보며 혀를 차면서도 끝내는 끌어안으려 했고 지금껏 그래 왔겠지만, MZ세대라 불리는 이들에게는 전통적 의미의 책임감이나 기성세대에 대한 부채감이 없다. 부채감이 없으니 의무감도 없다. 의무감이 없는데도 그들이 자기들과 결이 다른 기성세대를 끝까지 포용해줄 거라 기대하는 건 난망한 기대일 뿐이다.  

아무튼 요즘에는 이 문제를 많이 생각하곤 한다.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구닥다리들이고 그들의 생각은 '지난 세대'에 머물러 있는데 젊은이의 생각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으니, 이 두 계층 사이의 생각의 차이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세대 간의 갈등은 증폭될 것이고, 무수한 '철없는 돼지들'과 '답답한 꼰대들'은 양산될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 없다면 (요구한다고 바꿀 리도 없다) 기성세대가 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변화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배알이 꼴리는 일이겠지만, 우리는 지금 그들의 미래를 빌려 쓰고 있는 중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 이제 더는 선거를 맹신하지 않기로 했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한 국민 참여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선거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이다. 변덕이 심한 국민(선거 결과를 놓고 '국민의 냉정한 판단' 운운하며 그들의 변덕을 미화하는 것은 역겹다)의 누적된 서운함과 지극히 이기적인 그들의 욕망에서 비롯된 감정적인 선택일 뿐이다. 그들의 지지를 원한다면 도덕이나 양심, 민주와 자유 등과 같은 '거룩한 가치'를 제시할 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실제적인 것을 주면 된다. 국민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앞선 시대의 혁명가들이 왜 개선이나 개량이 아니라 일거에 뒤집는 혁명과 무산계급의 독재를 고민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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