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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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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젊은 예술가들과 저녁식사

달빛사랑 2022. 1. 21. 00:32

 

 

후배들과 만나면 늘 즐겁다. 문화판의 문화와 시스템도 이제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되어야 하는데, 아마도 이들이 변화를 추동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6개월 동안이나 교착상태를 지속해 온 노사협상을 끝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교육감도 식사 자리에 함께했다.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과 전망을 교육감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에서 자리를 마련했다. 늘 명망가들만 만날 게 아니라 기층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만나봐야 지역 문화판의 현안과 새롭게 형성되는 문화지형을 교육감도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확실히 후배들은 거침이 없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후배 하나는 학부모로서의 입장을 가감 없이 개진했고 교육감은 인천 교육의 최고 책임자로서 진지하게 경청했다. 몰랐던 것은 솔직하게 질문했고 필요한 부분은 내가 부가적으로 설명했다. 교육감이나 젊은 예술가들이나 인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교육이든 문화든 소통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형식적인 소통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통, 문제제기에서 끝나는 소통이 아니라 대안까지 마련할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도 오고갔다. 사실 예술가들은 모두 개성이 강해 연대가 무척 어려운 사람들이다. 오늘 참석한 사람 중 막내인 오페라 가수 김에게 혹시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 소통과 연대의 흐름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대답이 돌아와 놀랐다. 그러면서 좁은 인천지역에서조차 알지 모를 배타적 분위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말도 해주었다. 기존 '문화카르텔'에 합류할 생각도 없지만, 노력한다고 해도 합류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면서 여전히 지연, 학연, 정치적 입장을 바탕으로 한 모종의 카르텔이 지원과 사업, 심지어는 공간을 독점하여 배타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니나며 답답해 했다. 인정할 부분도 있고 과도한 피해의식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나 역시 진영논리의 폐해를 겪어봤기 때문에 후배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속한 조직인 민예총도 그들이 볼 때는 기득권 세력으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감은 8시쯤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떴고 우리 일행들은 9시가 되어 식당을 나왔다. 방향이 같은 후배들은 한 차로 이동했고 나는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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