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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

달빛사랑 2021. 10. 20. 00:07

 

이재은 작가는 후배지만 참 존경스러운 작가입니다. 부지런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어찌나 기발하고 신선한 상상으로 똘똘 뭉쳐있는지 그녀가 하는 프로젝트를 볼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한답니다. 이 땅에서 전업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때때로, 혹은 자주 삶의 신산(辛酸)을 느꼈을 텐데도 늘 밝은 표정을 짓는 그녀를 만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그녀의 내적 고민까지 제가 모두 헤아릴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다만 이번에 나온 소설집 『1인 가구 특별동거법』 속 작품들을 통해 그녀의 작가적 치열함과 고뇌의 일단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칙칙한 일상이나 힘겨운 삶을 이야기할 때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특유의 반전과 유머, 위트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즐겁고 재미있는 소설 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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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소설 속에는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와서 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합니다. 특히 배다리 헌 책방 거리에 실재하는 ‘나비 날다’ 서점과 그곳을 지키는 고양이 ‘제이(J)’의 시점으로 서술 된 소설 「나비 날다」를 보면 이재은 작가의 톡톡 튀는 감성과 이웃에 대한 그녀만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소설의 서사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친한 지인과 고양이 제이(J)와의 소소한 일상만 그려낸 게 아니라 종이 책을 외면하는, 모든 것이 자동화된 세상에 대한 풍자도 읽히거든요. 그녀의 감각과 감수성에 매료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인천에는 참 좋은 작가들이 많군요. 앞으로도 삶의 을씨년스러움에 기죽지 말고 지금처럼 당당하게 작가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선배로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 이재은 소설집, 『1인 가구 특별동거법』, 걷는사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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