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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가을 햇살이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지요 본문

일상

가을 햇살이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지요

달빛사랑 2021. 10. 22. 00:09

 

어젯밤 늦게 여러 곳으로부터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얼마 전에 쓴 교육감 편지에서 서정주의 시를 인용한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문제를 삼아 SNS에 올리며 교육청을 비토한 사람들의 주장은 진보교육감이 어떻게 친일파이자 독재를 찬양한 시인의 시를 인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출근하며 라디오에서 송창식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이란 노래를 들었고,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가을 분위기를 담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 시의 저자인 서정주의 행적에 대해서는 깜빡했던 것이다. 고교시절 교과서에서 서정주의 시를 배울 때, 좋은 시들이 많아 일부러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국화 옆에서’나 ‘동천’, ‘추천사’ 등은 정말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격동시키기에 충분했던 시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한동안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문학과 언어영역을 강의할 때도 서정주 시인은 교과서는 물론 모의고사 지문에 자주 나오는 시인이었다. 시 자체만 놓고 본다면 한국문학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이 활발해지고, 친일문학인들의 행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미당(未堂) 문학상 폐지를 주장하는 흐름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우리 현대사가 많은 질곡을 겪어야 했고, 아직도 친일파 후손들이 정치의 중심에서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정주가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시를 썼다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물론 작가회의 일각에서는 작품을 분리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친일 행위를 할 당시에 쓰인 작품이 아니거나 직접적으로 친일의 내용이 포함된 시가 아닌 경우는 친일 작품과는 변별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모든 걸 배제해버리면 우리 한국문학이 너무 협소해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물론 나도 삶과 문학을 분리해서 살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작가와 시인은 자신의 삶과 문학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자신을 살피는 데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독재시절, 김지하의 절창들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변혁의 의지를 다지는 데 많은 힘이 돼주었다. 그러나 그가 부조리한 권력 편에 서서 진보를 비판할 때 많은 이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심지어는 그의 시가 노랫말인 운동가요를 술만 먹으면 불러대기도 했다. 이건 삶과 시를 분리해서 받아들인 결과가 아닌가? 서정주와 김지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정말 판단이 쉽지 않다. 오늘 전화를 받고 참 묘한 생각이 들었다. 뭔가 약 오르고 억울하고 서운하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개운하게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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