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루틴이 변했다 본문
주말이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소일한다. 종일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영상정보일 뿐이지 문자 정보는 없다. 밀린 일도 매우 시급한 경우가 아니면 손을 대지 않는다. 직장에 나가면서 생긴 변화된 루틴이다. 이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하거나 글을 쓰고 의무적으로나마 책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습관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직장에 내 공간과 내 책상이 생기니 머리 쓰는 모든 것은 직장의 책상 앞에서 하게 되고 집에 오면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영화를 보게 된다. 아니면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면서 하루를 소일한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도 사무실에서 읽거나 이동 중에 읽게 된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주 단위로 타산할 때, 분명 글을 쓰는 시간이나 독서의 절대량은 많아졌으니 말이다. 직장인들이 대개 주말에는 시체 놀이 하듯이 하루를 보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인 듯싶다. 하지만 그들은 주중 업무 중 받은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주말은 온전히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딱히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고, 오히려 일이 즐겁고 사무실이 편안하다. 그런데도 주말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것은 설명할 수가 없다. 시간을 의미 있게 조직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건 좋은 일이긴 한데, 아직 변화된 이 루틴은 낯설기만 하다.
환경운동연합 행사에 가려고 알람까지 맞춰놨는데 알람에도 불구하고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결국 불참했다.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갈매기에 들렸다. 귀가하려고 할 때쯤 다인아트 윤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서 몇 병 더 마실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한 장소에서 술자리를 끝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차수를 변경하는 건 이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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