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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적 관점이란 게 종종 타협주의로 오해되기도 하지 본문

일상

대승적 관점이란 게 종종 타협주의로 오해되기도 하지

달빛사랑 2020. 11. 12. 15:09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두 단위가 팽팽하게 부딪칠 때, 가끔 원칙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를테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교섭이나 노조의 주장이 날카롭게 제기될 때, 사용자의 입장은 법에 저촉되지 않고 노조의 주장이 다소 탈법적으로 보이더라도 (대체로 법은 노동자보다는 사용자가 도망갈 구멍을 많이 제공한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의 ‘무리한’ 요구(라 할지라도 그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용자는 늘 강자이기 때문이다.

 

어제 재단 회의에서 격론을 벌인 근로자 이사 공모 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 재단의 운영내규에 따르면 이사추천위원회와 재단의 입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오히려 모든 보직자는 근로자 이사공모 자격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이 생떼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도 있을 수 있고, 몇 개의 보직은 내부 공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들이 임기가 끝나면 다시 노동자의 신분으로 돌아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회계, 경영, 인사 등과 관련한 보직자로서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급 이상 직원은 근로자 이사공모에 응할 수 없다고 규정한 재단 내규를 근거로 한다면 지난 회의 때 추천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은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은 3급 보직자들까지 응모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민문화부장과 창작지원부장이 응모 제한 규정에 포함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엊그제까지 노조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던 노조원이었다. 그런데 작년 혁신위원회에서 제안하고 이사회에서 의결한 보직자 내부 공모 제도를 통해서 부장으로 임명된 것인데, 새로운 공모 제도에 의해 임기 2년의 한시적인 보직자가 된 이들까지도 사용자의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들이 부장이 되고 난 후, 어제까지 동지적 관계 속에서 친밀하게 지내던 노조와의 관계가 무척 어색해졌다고 한다. 이들로서는 무척 서운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팀장도 아니고 부장급 보직자이기 때문에 노조의 주장처럼 이들은 사용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면 다시 노조로 돌아가려던 이들은 2년 뒤에는 비노조 노동자의 신분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크다. 외연을 더욱 확장해야 할 노조가 이들에게 감정적 앙금을 갖는다는 건 무척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사추천위원회와 재단을 비토하며 성명서까지 발표한 노조의 입장이 소아병적인 생떼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나는 혁신위원회에서 근로자 이사제를 신설한 애초의 의도를 고려할 때 이번만큼은 재단에서 노조의 입장을 수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노조의 입장은 법의 문제라기보다는 감정상의 문제라는 게 내 생각이다. 따라서 내규와 법적인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측에 강한 불만과 불신이 있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통 부족과 잘못된 인사시스템이 원인이란 생각이다. 문제를 키운 데는 사용자 측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재단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게 그간의 현실이었다.

 

이러한 때에 다시 또 원칙과 생떼의 부딪침으로 이 문제가 공전할 경우, 모든 걸 쇄신하자고 혁신위원회까지 띄워 논의해왔던 고민의 이력이 모두 헛수고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하겠다. 똑같이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면 그건 공평한 양보가 아니다. 강자가 더 양보하는 것이 진정한 공평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만큼은 노조의 ‘생떼’를 수용하여 처음 시도하는 근로자 이사 공모제를 성공적으로 출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새롭게 출범하는 신임 이사들과 차기 이사추천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문제점들을 시정하면 되지 않겠는가. 나도 참 말랑말랑해졌다. 이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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