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후배의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본문
하늘은 맑고 공기는 순하고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점심 먹고 들어와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울 때 후배가 상금이 2천만 원이나 되는 유수의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를 고민했던 후배인지라 그의 수상 소식에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기억나는 그의 작품 몇 편인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옥상을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적은 상금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가 시와 시론에 쏟아부은 공력에 값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거라고. 그런데 책상 앞에 앉아 일거리를 뒤적거리는데 질투와는 다른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일었다. 둔한 재능에 대한 열패감이기도 하고, 온전히 시를 위한 시간 쓰기에 인색했던 그간의 생활에 대한 후회와 허무하게 보내버린 황금 같은 시간에 대한 미련이기도 한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나만큼 시 쓰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인이 어딨다고’ 하는 자책의 마음이 크다. 오후가 버겁다. 하지만 이러한 자극은 이완된 시 쓰기 리듬에 분명 유익하다. 그렇게라도 믿고 싶다.
저녁에는 후배 상훈이와 친구 선수를 만났다. 갈매기를 지척에 두고 인천집에서 만났는데, 확실히 안주는 인천집이 정갈하고 맛있다. 갈매기에서는 아직 구경하지 못한 굴보쌈을 먹었다. 만약 사장과의 특별한 정리가 없는 손님이라면 갈매기와 인천집 두 곳을 모두 방문했을 경우, 두 번째는 분명 인천집을 찾을 거다. 물론 나는 안주가 아무리 맛있어도 인천집보다는 갈매기를 찾겠지만. 취직했다는 이유로 거금을 술값으로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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