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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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사랑 2020. 9. 19. 02:05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미역국에 굴비 두 마리를 구워 밥상을 차려주셨다.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미역국이지만 맛있게 먹어.”라며 멋쩍게 웃으실 때도 “그럼요. 나야 늘 맛있게 먹지요.”라고 대답했을 뿐 내 생일인 줄 몰랐다. 엊저녁 주무시기 전에 미역을 물에 담가 놓는 걸 보았지만 그때도 그저 ‘미역국을 끓이시려나.’하고 무심하게 넘어갔다. 평소에도 나는 미역국을 좋아해 자주 끓여 먹는다.

 

굴비는 무용가 후배 박혜경이 보내준 ‘영광굴비’였다. 간도 적당하고 살도 푸석푸석하지 않은 게 무척 맛있었다. 어제 또 다른 후배 윤진현이 보내준 고급 명란젓도 접시에 담은 후 참기름을 살짝 두른 후 먹었다. 비린내 없는 깔끔한 맛이었다.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에 후배들이 보내준 생선과 젓갈, 그리고 풋고추와 파래김, 열무김치, 마늘장아찌가 상에 놓이자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나이 들어, 생일에 그래도 미역국이나마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것은 엄마를 비롯해 자상한 후배들 때문이다. 고마운 일이다.

 

카카오톡을 열었더니 또 몇몇 지인과 후배들이 선물을 보냈다. 다행히 조각 케이크라든가 스타벅스 커피세트처럼 무척 고맙지만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될 선물들이었다. 이런 규모의 선물들이 나는 좋다. 너무 큰 선물을 받으면 부담스럽다. 아직도 내게는 촌스럽지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오전에 운동을 다녀왔다.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요즘은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행복임을 새삼 깨닫는 하루하루다.

 

저녁에도 엄마와 둘이서 식사를 했다. 엄마는 최근 신경과 약을 바꾸고 나서 힘들어하신다. 다음 주에 병원에 연락해서 조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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