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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교육청 일기 : 엄마 생각 본문

일상

교육청 일기 : 엄마 생각

달빛사랑 2020. 9. 21. 00:03

 

엄마는 무얼 하고 있을까. 온종일, 텔레비전만 보고 계실까. 투명한 가을볕이 거실에 머무는 오전의 두어 시간 동안 엄마는 외로움을 말리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맹렬하게 꽃대를 키우고 있는 접란의 잎새 위 먼지를 쓸어주며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고 계실까? 생각하면 할수록 허망한 한 생의 기억이 엄마의 마음을 위태롭게 흔들어대지는 않을까. 홀로 견뎌야 하는 빈집의 적요는 얼마나 웅숭깊을 것인지. 그 깊은 적요의 저 끝에서 엄마가 만나게 될 마음이란 무엇일까. 그 생각의 어디쯤에서 나는 자꾸 도깨비불처럼 명멸하는 야속한 얼굴로 엄마의 시간을 흔들어댈 것인가. 부실한 치아로 한 끼의 밥알을 씹어 넘기는 오후, 거실에 머물며 집안 곳곳에 더께로 앉은 엄마의 외로움을 샅샅이 훑어보던 가을볕은 서서히 옷자락을 추스르며 빠져나갈 것이다. 볕이 빠져나간 자리를 이내 메우며 찾아들 외로움도 밥알처럼 씹어 소화 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육청 사무실 옥상에서 눈 시린 가을볕을 만나니 자꾸만 집에 있는 엄마가 눈에 밟히네.(11시 20분)


공무원 사회는 절차를 중요시한다. 하나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결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중요한 안건이라도 최종 승인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번 인현동 참사 추모 조형물 제막식이 그렇다. 그것을 추진하는 추진 주체들은 직접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러이러한 행사가 있으니 알고나 있으라는 식으로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전화를 걸어왔다.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고자 했다면 행사를 담당하는 해당 부서에 공문을 보내 검토할 시간을 주었어야 한다. 내가 특보이기 때문에 나에게 전화한 것이 곧 공식적인 문서를 가름하는 것으로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무원 사회의 일은 그렇듯 개인적 친분을 통해 처리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한 사실을 그들도 알았을 거라는 게 보좌관들의 대략적 의견이었다. 알면서도 공문 없이 전화 한 통 걸어놓고 사후통보하듯 참석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 식으로, 마치 간을 보듯 일 처리를 하는 것은 절차에도 안 맞고 예의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게 ‘이쪽’의 대략적 의견이다. 내 생각은 절차를 무시한 후배들이나 절차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중요한 결정을 유보한 교육청 쪽이나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지만……(오후 3시 15분)


그리고 퇴근! 갈매기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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