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기억 속의 당신, 부디 안녕하시길 본문
인천 YWCA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50년의 역사를 책으로 묶어내는 일이다. 다인아트 윤 대표의 소개로 ‘YWCA 50년사’ 집필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래서 오전에 YWCA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다. 크리스천들이라서 그런지 말을 할 때마다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미팅 장소였던 회장 집무실의 벽면에는 역대 회장들의 사진들이 기수별로 걸려있었는데, 그중에는 내 어린 시절 한동네에서 같은 교회를 다녔던 K모 장로의 사진도 있었다. 교장이었던 남편의 후광을 등에 업고 매사에 나서길 좋아했던 그녀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녀는 아마도 우리 교회에서 배출한 최초의 여성 장로이기도 했을 것이다. 욕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탓에 당시 사춘기였던 내가 보기에는 민망한 경우가 잦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앞선 세대의 콤플렉스란 종종 그런 방식으로 보상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분의 욕망(탐욕에 더 가까웠지만) 또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여든이 훌쩍 넘었을 텐데, 아직도 강강하게 잘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나 역시 노탐을 경계해야 하는 나이에 시나브로 다가가고 있으니 오랜만에 우리가 서로 만난다면 다소 무상하거나 다소 겸연쩍게, 그리웠던 마음을 웃으며 나눌 수 있을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람의 성정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니까. 오히려 늙어갈수록 완고한 고집쟁이가 되기 십상이니까.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모쪼록 그분 말년이 주님의 은혜 안에서 조금은 평화스럽고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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